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파리바게뜨·아사히글라스. 지난 9월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결정을 내린 업체들이다. 이 중 만도헬라만 유일하게 하청노동자들과 정규직 직접고용에 합의했다. 만도헬라 불법파견 해결 뒤에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바로 우이용(47) 감독관이다.

우 감독관은 현장노동청에 접수된 만도헬라 하청노동자들의 진정사건을 맡았다. 현장노동청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전국 주요도시 10곳에 만들어졌다. 만도헬라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한 사실을 밝힌 주인공은 우이용 감독관이다. 그는 직접고용 시정지시에 그치지 않고 10회 이상 노사 교섭을 주선하면서 하청노동자 306명이 만도헬라 정규직으로 직접고용되는 데 역할을 했다.

우 감독관은 "만도헬라는 직장폐쇄와 잠정 도급계약 해지까지 가는 등 갈등이 심했다"며 "노동자들이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거리에서 집회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안 좋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칫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었는데, 정규직으로 고용되고 노사관계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장 중심 노동행정 중요성 확인했다"

노동부가 우 감독관처럼 올 한 해 노동자 권익보호와 노사관계 안정에 기여한 근로감독관 10명을 '올해의 근로감독관'으로 선정해 28일 발표했다. 우이용(중부지방노동청)·강한구(서울지방노동청)·이경순(대전지방노동청)·배봉관(서울지방노동청)·박태영(서울지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윤정희(중부지방노동청 경기지청)·박창규(부산지방노동청 부산동부지청)·박태진(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권영모(대구지방노동청)· 양헌우(광주지방노동청 전주지청) 감독관이 뽑혔다.

노동부는 "올해 현장노동청 운영을 통해 현장 중심 노동행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현장에서 불법파견 적발·시정, 체불노동자 권리구제, 부당노동행위 수사, 노사관계 안정 지원, 여성노동자 노동조건 보호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준 감독관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강한구(49) 감독관은 올 한 해 노사관계에서 이목을 끌었던 '문제 사업장'들을 감독했다.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넷마블 등 게임업체·IT업종 근로감독을 주도하면서 불법파견과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을 적발·시정했다. 특히 살인적 장시간 노동으로 사회문제 됐던 넷마블 근로감독에서 연장근로 제한 위반과 44억여원의 체불금품을 적발해 바로잡았다. IT업종 근로감독에서 11억여원의 임금체불 사실을 밝혀냈다. 강 감독관은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사업장을 근로감독하다 보면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며 "근로자 권익보호를 위한 일인 만큼 충실하게 하려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직까지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제빵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춰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근로감독 뒤 3년간 14명이던
육아휴직자 두 달간 12명으로 늘더라"


이경순(46) 감독관은 병원 사업장 내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과 불합리한 조직문화 개선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올해 하반기 대전지역 한 대학병원을 특별근로감독한 이 감독관은 여성 다수 사업장인데도 취약한 모성보호 현실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감독관은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워 퇴사했다가 재입사한 노동자도 있었다"며 "경력단절 등 불이익을 받는 여성노동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면서 그가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웠던 조직문화 개선에 신경을 쓴 이유다.

감독 이후 이 병원은 임신한 직원에게 임신뱃지를 달아주고, 전산으로 관리해 근무조 배정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감독 전 3년간 14명에 불과했던 육아휴직자도 감독 이후 두 달간 12명으로 늘어났다.

노동부는 올해의 근로감독관과 함께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업무에서 두드러진 능력을 보인 감독관 3명을 올해의 산업안전감독관으로 선정했다. 문정일(중부지방노동청), 양승원(서울지방노동청 서울서부지청), 박관일(광주지방노동청) 감독관이다.

문정일(42) 감독관은 마필관리사들의 연이은 자살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를 비롯한 11개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의 특별감독을 주도했다.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사업주들의 자발적인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풍토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김왕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더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감독관들에게 격려가 필요하다"며 "내년에도 현장의 감독관들과 함께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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