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승객이 빠져나가면 기내 청소노동자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화장실 오물을 치우고 300석 시트커버와 담요를 교체한다. 쓰레기를 치우고 신문·책자 정리에 바닥 진공청소까지 한다. 노동자 십수 명이 20~30분 만에 끝내야 하는 일이다.

비행기 출발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원청회사가 하청업체에 페널티 비용을 청구한다.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 A씨는 “비행기가 내리고 뜨는 스케줄이 빠듯한 날은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면서 일한다”며 “감독자가 청소노동자들을 개돼지 몰듯 소리 치며 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비행기 연착되면 무한정 대기, 24시간 근무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비행기 기내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30일 파업을 예고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지부장 김태일)는 28일 “민간항공사 하청 비정규직에게도 존중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차별과 멸시를 깨고 생존권을 지켜 내기 위해 파업에 나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업무는 ‘원청 항공사(대한항공)-조업사(한국공항)-도급업체(EK맨파워)’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로 운영된다. EK맨파워에 속해 기내를 청소하는 직원은 380여명이다. 이들이 하루 130여편의 기내청소를 담당한다.

지부에 따르면 하루 12시간 근무에 매일 추가 연장근무를 한다. 한 달 평균 연장근무시간이 무려 70~80시간이다. 지부는 “2주 동안 3일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며 “비행기가 연착되면 무한정 대기하며 24시간 근무해야 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오를 때마다 삭감되는 수당

이들은 올해 4월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를 세웠다. 회사측과 7월 교섭을 시작했지만 이달 15일 9차 실무교섭에서 최종 결렬됐다.

쟁점은 체불임금 지급과 근무조건 개선이다. 회사는 최근 4년 동안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기존 수당을 삭감해 기본급을 맞췄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인상 효과를 누리기 힘든 구조다. 남녀차별 수당과 통상임금 과소 산정 등 지부가 추산한 체불임금 규모만 21억원이다.

지부는 "회사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꼼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원청인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은 하청업체들의 현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김태일 지부장은 “최악의 환경에서 버티며 일했는데도 사측이 체불임금도 주지 않으려 한다”며 “체불임금에 대해 대법원까지 가든지, 소액으로 합의하든지 알아서 하라는 게 사측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부는 이달 18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26일 조정중지 판정이 나와 이날부터 사흘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다. 재적조합원 239명 중 188명(79%)이 투표에 참여해 180명이 찬성했다.

지부는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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