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초등학교에서 6년째 돌봄교사로 일하는 A씨는 매년 초 학교와 주당 14시간짜리 계약서를 체결한다. 주 5일 학교에 출근해 매일 2~3시간을 근무하지만 노동자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없다. 그가 한 달에 받는 월급은 60만~70만원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노후를 생각해 개별가입했다. A씨는 “매년 1월 주당 14시간에 맞춘 계약서를 작성할 때마다 화가 난다”며 “앞으로 몇 년을 더 근무해도 퇴직금도 없고 실업급여 같은 보장도 없을 거란 생각을 하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사용유인 줄여야 주 14시간 계약 없어져”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당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에 법 개정을 권고했다. 주휴·연차유급휴가 제도를 적용하고 퇴직급여를 지급하고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초단시간 노동자를 늘려온 사용자의 꼼수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초등돌봄교실 인력현황에 따르면 1만251명 중 2천612명(25%)이 초단시간 노동자다. 세종시가 돌봄교실 노동자의 98%(117명)를, 경북이 71%(463명)를, 제주가 68%(96명)를, 전북이 55%(406명)를 초단시간으로 썼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휴일·휴가·퇴직금·기간제 사용제한·사회보험 같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초단시간 근무형태를 도입하는 꼼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초단시간 사용유인을 제거하면 억지 14시간짜리 계약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월 59시간 근무 기관 꼼수에 우는 재가요양보호사

재가요양보호사 대다수도 초단시간 노동자에 속한다. 재가요양보호사 27만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12만~15만명이 하루 3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운수노조 재가요양지부에 따르면 일부 재가요양기관에서 월 59시간만 일하도록 해 초단시간 노동자로 만드는 꼼수를 쓰는 경우도 있다.

재가요양보호사는 재가요양기관과 계약을 하고 기관이 사용자 책임을 진다. 기관에서는 요양노동자의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이건복 노조 재가요양지부장은 “이용자 상황에 맞추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조정하기 어렵고 기관에서 중재를 한다”며 “일하는 시간에 따라 적용받을 수 있는 법 자체를 당사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기관에서 이런 부분을 악용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주 14시간20분 계약, 15시간으로 늘리는 마사회
“최소한 근기법 범위 내에서 인력 운용해야”


주당 15시간을 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노동자에게 엄청난 차이로 나타난다. 드라마틱하게 처우가 바뀐 직종도 있다. 최근 한국마사회가 발권업무를 하는 시간제 경마직 5천55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주당 15시간 미만을 근무하는 노동자는 주 1일 근무자(1천464명)와 주 2일 근무자(3천966명)다. 주 2일 근무자는 그동안 주당 14시간20분짜리 계약서를 작성했다.

마사회는 내년 1월1일부터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주 2일 근무자의 근무시간을 15시간으로 늘린다. 주휴·연차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고 4대 사회보험도 가입할 수 있다. 주당 6시간20분을 일하는 주 1일 근무자도 정년을 보장하고 본인이 원하면 4대 보험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희숙 한국마사회시간제경마직노조 위원장은 “지금까지 기업은 수익 중심으로 운영해 노동자의 복지나 처우는 후순위로 밀렸다”며 “최소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력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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