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인정한 일본계 유리제조업체 아사히글라스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하청노동자 불법파견 판정에서 보인 정부의 불법파견 근절 의지에 검찰이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27일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지난 21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피소된 아사히초자화인테크노한국(아사히글라스 국내 법인) 등 피의자 13명에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했다.

아사히초자 하청업체 중 한 곳인 지티에스 노동자들은 2015년 7월21일 "아사히초자 관리자가 직접 작업을 지시하고, 아사히초자가 제공한 작업지시서에 따라 작업을 했다"며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 회사를 고소했다. 2년이 지난 뒤인 올해 8월31일에야 노동부는 "하청업체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하청노동자 178명을 직접고용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사측이 주장한 '도급인의 작업지시권·검수권'을 모두 받아들였다. 불기소 결정서를 보면 검찰은 아사히초자가 하청노동자에게 한 작업지시를 도급업무 이행에 관한 것으로 판단했다. 원·하청이 협동작업을 한 것도 "도급업무 수행을 위한 도급인 지시권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아사히초자가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테스트를 한 것은 업무감독권 행사가 아닌 도급인 검수권에 해당한다고 했다. 검찰은 특히 아사히초자가 하청업체 직원 채용이나 업무 재배치에 관여한 사실에 대해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검찰 역주행에 노동계는 반발했다. 차헌호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은 "검찰 불기소 결정서를 보면 사측 변호인인 김앤장이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며 "검찰 논리대로라면 어느 생산현장에서도 불법파견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회를 대리한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노동부가 의지를 가지고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리고 과태료까지 부과했는데, 검찰에 송치된 지 몇 개월 안 돼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고등검찰 항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고등검찰청이 항고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지회는 최종적으로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재정신청은 법원에 불기소 처분의 당부를 가려 달라고 신청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검찰 불기소 처분과 상관없이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구미지청은 지난달 28일 아사히초자에 하청업체 노동자 178명을 직접고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과태료 17억8천만원(1인당 1천만원)을 부과했다. 납부기한은 내년 1월27일까지다. 아사히초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구미지청은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비송사건 과태료 재판을 받는다.

구미지청 관계자는 "불기소 결정은 검찰 판단일 뿐"이라며 "불기소 처분 자체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확정된다고 해도 행정절차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