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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이 괜찮은 업종은 없다노현아 공인노무사(삼현공인노무사사무소)
▲ 노현아 공인노무사(삼현공인노무사사무소)

2017년에도 한국 영화는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며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데이트코스에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영화다. 명절·크리스마스·방학 때마다 영화계는 대박을 기대하며 특수를 노린다. 그러나 그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내가 만든 영화 한 편을 보기가 힘들다.

근로기준법 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연장근로시간은 법적으로 주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나, 공중의 편의와 안정을 이유로 특례업종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무제한 노동이 가능하도록 법이 특별히 예외를 뒀다. 특별히 예외를 뒀다고 하기에는 전체 노동자의 42.8%가 이 특례업종에 해당한다.

영화업종도 특례업종 중 하나다. 장시간 노동문제가 대두되면서 국회는 26개에 달하는 특례업종을 10개로 축소하기로 했으나 영화는 여전히 10개에 포함되는 장시간 노동 가능 업종이다.

필자는 전국영화산업노조가 고용노동부 지원을 받아 실시하는 “영화 스태프 근로계약서 및 4대 보험 가입실태 조사사업”에 참여해 100여명의 영화노동자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80%가 넘는 영화노동자가 1일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2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6명이나 됐다. 촬영스케줄상 노동시간은 대개 하루 12시간 내외지만 이는 콜타임을 기준으로 체크되는 시간일 뿐 실제 노동시간은 이를 훨씬 웃돈다고 하소연했다.

사전에 장소를 섭외하는 시간과 장비를 세팅하는 시간, 세트와 소품을 준비하는 시간과 촬영 후 다시 장비를 정리하고, 의상을 빨래하고, 배우들의 분장을 지우는 시간 등은 노동시간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다. 그저 카메라가 돌아가 한 장면이 찍히고 종료되는 시간이 노동의 시작과 끝으로 기록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동은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노동의 대가도 지급되지 않는다. 몇몇 영화제작사는 이를 반영해 부서별 또는 개인별로 20~40시간을 추가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기는 하나, 월 40시간 2016년 최저임금으로 25만8천800원에 밤낮없는 이들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다고 큰소리치기는 힘들 것이다.

12시간 연장근로 초과에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필요하나, 선출범위나 방법 등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근로자대표가 실제 노동자들을 대표하고 있는지,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지, 대표해 협상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 법은 관심이 없다. 그저 형식적인 절차로 무미건조하게 서면합의 조건을 내세운 것이다. 영화 노동자는 비정규직이다. 짧게는 몇 개월로 영화촬영이 종료되면 근로관계는 종료된다. 다음 영화 전까지는 실업 상태다. 다음 영화에서 이들의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영화제작사다. 전 작품에서 근로자대표로 스태프를 위해 강하게 목소리를 낸 근로자대표를 환영할 제작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본연 업무 외에 근로자대표로서의 일을 추가로 수행하는 근로자대표는 피로감과 부담감을 호소하게 되고, 스태프들은 우리를 대표해 더 강하게 협상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힘들다.

영화산업 표준근로계약서에는 근로 종료 후 다음 근로개시까지 연속해 10시간 휴식을 보장하라는 휴식시간 보장 조항이 있다. 장시간 노동은 필연적으로 휴식시간 단축으로 귀결되고 10시간을 채 쉬지 못한 노동자는 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배우 스케줄과 촬영지 문제, 날씨 등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촬영 스케줄은 종종 변경되지만, 스태프들의 장시간 노동방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주휴일은 지켜지기 힘들고 일정하지 않은 노동시간에 영화를 한 편 시작하면 내가 만든 영화 한 편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이 큰 스케줄이 된다.

근로기준법 59조 폐기 국회청원을 위한 서명을 받을 때 지나가던 한 시민이 법을 안 지켜 문제냐고 물었고, 지키지 않아서가 아니라 법 자체가 제한 없이 일해도 된다고 해서 문제라고 답했다. 그런 법이 있냐며 어디 사인하면 되는지 묻고는 기꺼이 서명에 동참해 주셨다. 단순하게 장시간 노동이 괜찮은 사람, 괜찮은 일은 없다. 장시간 노동이 필요한 일이라면 더 많은 사람이 그 일을 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이 필요하지 않은 산업구조와 시스템으로 바꿀 문제지 개인 희생을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 노동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워라벨”이 유행인 이 시대에 1961년 제정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법이라니. 노동법이 노동보다 노동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길 바라며, 근로기준법 59조가 삭제되는 2018년을 기대한다.

노현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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