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 칼럼니스트 겸 작가

촛불과 탄핵정국으로 시작된 2017년은 ‘재인’과 함께 ‘적폐청산’을 향해 나아가는 참으로 대단한 한 해였다. 하지만 문화계 뉴스로 정리하자면 제법 심플하다. 그냥 한마디로 ‘방탄소년단’을 얻고 ‘김주혁’을 잃은 해였다. 또한 출판시장이 다 죽었다는 절망 속에서 희한하게 연희동이나 서촌 같은 뜨는 동네는 물론 전국 방방곡곡에 작은 독립서점이 하나둘 다시 문을 열며 작은 희망의 불씨를 피어 올린 해인가 하면 패션계에서는 그 흔한 ‘히트 아이템 하나 없는 해’로 정리하려던 찰나, 막판에 ‘평창 롱패딩’이 터진 해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었더라? 그래, 그리고 ‘욜로’가 있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라는 모토 아래 태어난 욜로(YOLO)는 2017년 2030세대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한 최대 트렌디였다. 결혼과 출산, 연애까지 포기한 삼포세대일지 몰라도 한 번뿐인 인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자각이 작동했던 것일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지 않고 한 번뿐인 인생의 즐거움을 지금 당장, 현재에서 구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대한민국 젊은 세대 마음을 강렬하게 뒤흔들었고 그에 따른 소비와 여가생활을 좌우했다. 예컨대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연복남 캐릭터가 대변하는 세대. 복남이처럼 지금 당장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보증금을 빼서 고가 오토바이를 살 정도는 아니지만 카드 할부로 해외여행 정도는 할 수 있는 세대들의 해였던 것.

그런 욜로족과 함께 자주 회자된 영화가 있었다. 1989년에 개봉한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 선생은 미래를 위해 기성세대가 시키는 대로 살아오던 학생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강조하며 ‘카르페 디엠 정신’을 가르치는데 그게 바로 욜로의 모토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잡아라. 삶의 정수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에 있다. 왜냐면 우린 언젠가 죽으니까. 인생을 (너만의 방식, 취향대로) 독특하게 살아라.”

생각해 보면 키팅 선생의 그 대사는 90년대를 대변하는 X세대부터 지금의 욜로족까지 세대를 넘나들며 수많은 젊은이에게 영향을 끼쳤다.

스웨덴 교과서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인간에겐 소유욕과 존재욕이 있다. 소유욕은 경제적 욕망을, 존재욕은 인간과 인간이,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뜻한다. 그런데 그 존재욕을 희생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건 병적인 사회다."

우리는 스웨덴 사람들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유능한 부속품이 아니라 시대나 환경이 아무리 불우해도 행복한 인간으로 자랄 수 있도록 아이들을 교육시키지 못했다. 기성세대가 교육을 통해 가르치지 못한 삶의 가장 본질적인 것을 한 편의 영화나 책, TV 드라마가 일깨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싶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 바로 '현재'에 존재한다는 건 한때 유행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진리다. 생각해 보면 불행은 보류 혹은 미루는 것에서 비롯된다. 나중에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답답하고 시시한 얘기다.

수많은 영화나 책이 유행을 만들어 반복해서 가르치건대 행복은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것들이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무수히 널려 있는 저마다의 ‘소확행’을 될수록 많이 챙기는 새해 되시라 인사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칼럼니스트 겸 작가 (@kimkyung19)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