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고 청탁을 받았다. 기업·사용자를 위한 기사들로 채우고 있는 언론사에서였다. 매주 주요 이슈에 관한 찬반을 게재하는 지면에 상여금을 최저임금에서 제외할 것인지를 다루게 됐다며 반대 입장을 기고해 달라고 했다. 온전히 내 주장을 펼치는 기사를 게재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2018년 최저임금 7천530원 시행을 앞두고 상여금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기업이 감당할 수 없게 급격히 인상되는 것이라고 비난하더니 이젠 상여금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사용자와 그 대변인들이 주장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쓰지 말고 철저하게 논리적·법리적으로 작성해 달라는 특별한 당부까지 청탁에 덧붙였다. 신문기사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글로 써 달라는 부탁에, 특별히 객관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않은 경제지이면서 무슨 말이냐는 대꾸도 없이 나는 그러마 하고 전화를 끊었다.

2. 지난 6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공개토론회’를 주최했다. 언론은 최저임금 제도개선 TF가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다만 한 달 단위로 지급되는 상여금만 넣을지, 모든 상여금을 대상으로 할지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이날 토론회에 관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본급의 600~1천200%씩 책정돼 거의 매달 지급하는 한국의 정기상여금은 임금에 포함되는 게 맞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데, 정말 최저임금위는 이렇게 대안을 마련하고 토론을 한 것인지 나는 의아했다. 토론회 자료집을 찾아 읽었다. ‘상여금 등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도재형 이화여대 교수는 포함시키지 않는 1안, 1개월 범위 내에 지급된 모든 임금을 포함시키는 2안, 그리고 포함시키는 3안에 관해 그 근거와 장단점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그러니 자료집대로 토론회에서 발표했다면 최저임금위의 ‘최저임금 제도개선 TF’가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료집에 공개하지 않은 가닥이나 전망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혹시 토론회장에서 의견이라도 모아졌다는 것인가. “전문가그룹에선 2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고용노동부는 이번 공개토론회 결과 등을 참고해 올해 안에 관련 논의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최저임금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것을 보면(한겨레신문), 분명 뭔가 있었다는 것인가 자꾸만 의심이 들었다. 이렇게 의혹으로 언론 기사를 찾다가 토론회 사회자 이철수 서울대 교수가 “통상임금에는 정기상여금을 넣자고 주장하는 측에서 최저임금에서는 이를 제외하자고 하는데 이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늘리고 시장가치를 반영해 금액 수준을 높여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는 기사까지 읽고 말았다(머니투데이). 그리고 이정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그 뒤 노동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으로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산입기준을 바꾼 만큼, 최저임금 산입에 있어서도 변경된 통상임금 산입기준에 일치시키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토론했다는 것도 읽었다.

3.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취지는 현재 1천600만원 정도 받는 근로자의 연봉을 2천500만원 수준으로 올려 주자는 것이지, 연봉 4천만원 이상 받는 근로자의 임금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폭 올려 주자는 것은 아니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 제 수당 및 금품(현물급여 포함)’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고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주장했다. 이런 사용자 주장이 오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킬지 여부에 관한 논의를 가져왔다. 논리적·법리적인 주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반 국민에 충분히 먹힐 감정적인 호소였다. 귀족노동자라고 비난받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정규직, 4천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노동자조차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게 된다니 ‘이건 아니다’고 일반인이 반응할 만하다. 여기에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면서 최저임금에는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노동자 주장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고 여길 만하다. 그러니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받는 것일 게다. 이렇게 통상임금 법리는 오늘 최저임금에 상여금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근거로 내세워지고, 졸지에 감정적 호소가 논리적·법리적 주장인 양 포장돼 주장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이거나 법리적인 결과물이 결코 아니다.

4.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은 법·제도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초과근로의 대가 임금인 법정수당 지급기준인 임금제도로 근로기준법에 도입돼 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는 제도”로서 최저임금법에 의해 시행돼 온 것이다. 헌법에서 보자면 통상임금제도는 “근로조건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한 32조3항에, 최저임금제도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한다”고 명시한 32조1항에 규정돼 있다. 그래서 그동안 최저임금에 해당하더라도 통상임금에는 포함되지 않고,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최저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시행돼 왔다. 노동자들이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넣자”고 주장하면서 “최저임금에서는 이를 제외하자”고 해도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저임금 산입에 있어서도 변경된 통상임금 산입기준에 일치시키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하는 것이 헌법적·법률적으로는 결코 자연스럽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2018년 최저임금 7천530원은 여기에 기초해 결정된 것으로, 이 나라 노동자에게 적용될 최저임금액인 것이다.

독일 노동자가 2017년 최저임금 8.84유로(약 1만1천500원)를 적용받고, 노르웨이 노동자가 2012년 최저임금 2만2천원을 받는다고 해서 우리 노동자들이 독일·노르웨이 노동자들과 같은 최저임금을 달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법적으로는 너무도 명백한 것임에도 오늘 우리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게 됐으니 최저임금에도 포함시켜야 한다며 토론을 하고 있다. 도대체 모를 일이다.

5. 최저임금제는 1986년 12월31일 법률 3927호로 제정해 시행해 왔다. 최저임금법령은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해당 사유에 따라 산정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법 6조4항1호에서 정한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시행규칙에서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는 임금 범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최저임금법 시행규칙 2조 본문 관련 별표 1 참조), 이를 전제하고서 우리나라의 경우 해마다 최저임금액을 정해 시행해 왔다. 올해 5월 촛불대선 당시에는 이러한 법령에 따라 최저임금이 6천470원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연 200%든, 800%든 매월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야 하는 법이다. 대기업 정규직 귀족노동자가 미워도, 그들이 상여금 등을 제외하고서 지급받는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그들에게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법이다(최저임금법 6조1항). 최저임금제는 노동자 임금을 저하시키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상여금 등을 포함하게 되면 종전 최저임금법령에 의해 보장된 2018년 최저시급 7천530원이라는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삭감하게 된다. 상여금을 받는 만큼 최저임금에 관한 노동자권리는 삭감된다. 노동자권리를 빼앗는 최저임금제도의 ‘개선’은 최저임금제에 관한 헌법과 법령 취지에 합치한다고 볼 수 없다. 논리적·법리적으로 포장해도 그건 아니다. 사용자 욕심을 대변할 뿐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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