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과적 단속이나 주차 단속, 공무차량 운전 같은 업무를 민간인 신분인 무기계약직이 수행하는 것은 적법할까. 중앙행정기관(2만여명)과 지방자치단체(5만2천여명) 무기계약직은 공무를 수행하지만 민간인 신분으로 행정 권한이 없어 업무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비슷한 일을 하는 무기계약직도 소속기관에 따라 처우가 천차만별이다. 예산 감축이나 사업 축소에 따라 고용도 불안하다. 공무직제를 신설해 중앙행정기관·지자체 소속 무기계약직에게 공무 수행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는 배경이다.

“공적 직무권한 법으로 보장하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공연맹·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무직 처우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엄진령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부회장(공인노무사)은 “정부기관 무기계약직 업무는 공무원이 해야 하는 직무로서 규정을 갖지만 해당 직무가 늘어나거나 신설되면서 기관들이 비공무원인 민간인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며 “사실상 탈법적인 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방치했고 무기계약 노동자들이 업무 수행의 장애가 되거나 적정한 노동조건을 보장받지 못하는 쪽으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 엄진령 노무사는 “공무원도 민원인도 아닌 무기계약 노동자는 임의적 존재로 모든 차별적 조건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적정한 업무 수행을 위해 공무직제를 신설하되 명칭 부여에 그치지 말고 공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직제 신설하면 처우 개선될 것”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공무직 관리규정이 있는 지자체라도 공무직 범위가 서로 다르게 규정돼 있고 호칭도 제각각”이라며 “노동조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당사자들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무직 관리규정을 둔 지자체는 전국 245개 중 118곳(48.2%)이다. 나머지는 무기계약직 관리규정을 갖고 있다. 남우근 정책위원은 "무기계약직은 고용형태의 특성일 뿐 직명으로 사용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일관된 기준하에 '공무직' 직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위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우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직제 법제화 필요성과 방법을 발제했다. 그는 새로운 법안을 제정해 공무직제 내용을 담는 안을 제안했다. 공식적 신분을 부여하고 채용·보수·복리후생·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자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직제를 신설하면 형식적인 고용안정이 아니라 사업이나 부서 폐지 과정에서도 실질적 고용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고용이 안정되면 노동 3권 행사를 통한 처우개선도 이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선 전국공무직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직제를 마련하는 것은 무기계약 노동자도 공무수행 노동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임금격차와 차별 문제, 공무수행 법적근거 부존재 문제를 푸는 첫걸음은 공무직제 신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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