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배달하다 들어와서 안에서 바쁘면 홀서빙하고 테이블 치우고 주문받고 테이블을 치워 주죠. 설거지도 하고요.”(패스트푸드점 배달노동자)

“(남성) 배달기사들과 같이 앉아서 쉴 때가 있는데 성추행하고 그래요. 만나자고 그러고. 그래서 도망 다니고 그랬어요.”(유제품배달 여성노동자)

“길거리에서 쉬지도 못해요. 거의 하루 종일 콜이 와요. 콜 받는 운영프로그램을 켜 놔야 하니까 배달대행업체는 우리가 어디 있는지 다 알아요. 콜을 안 받으면 불이익을 주죠. 콜을 못 잡으면 돈을 못 법니다.”(배달대행업체 위탁노동자)

하루 평균 9.65시간 일하고 호출건당 수당이 임금

서울지역 음식배달 노동자가 주중 하루 평균 9.65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건수는 43.01건이다. 이들은 전용앱을 통해 배달하는 등 고용관계가 모호하지만 업체가 부당한 대우와 요구를 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 교육실에서 연구사업 최종발표 토론회를 열어 ‘서울지역 음식배달 종사자 노동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가 9~11월 서울지역 음식배달 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8.0%가 남성이었다. 40대가 29.2%로 가장 많았고 81.8%는 고졸자, 60.2%는 기혼자였다. 25.4%는 채무가 있었다. 배달유형은 음식점 소속 배달앱·전화주문 32.2%, 전용앱 콜 배달 31.0%, 주·월 단위 정기배달 22.0%, 새벽배송 14.8%였다. 배달수단은 오토바이가 62.6%로 가장 많았다. 전용앱 배달은 본인소유가 58.1%였다. 배달하는 과정에서 드는 유류비·과태료를 비롯한 각종 비용은 본인부담이 많게는 73.2%나 됐다.

주중 근로일수는 4.61일, 주중 하루 근로시간은 9.65시간, 주말 근로일수는 1.25일, 주말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8.03시간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용앱을 통한 배달은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65.9시간으로 집계됐다. 주중 하루 평균 배달건수는 43.01건이었는데 1건당 배달에 걸리는 시간은 20분 이내(78.0%)가 가장 많았다.

음식배달 노동자는 부가업무에도 시달렸다. 정기배달 노동자가 69.1%, 음식점 소속 배달노동자가 23.0%가 전단지 돌리기나 물품판매·고객유치·포장·청소를 했다.

임금형태는 호출건당 수당(39.0%)과 고정급(27.8%), '고정급+호출건당' 수당(22.2%) 순이었다. 전용앱 배달의 96.1%는 호출건당 수당을 받았다.

모호한 고용관계로 사고 나면 본인부담 비중 높아

이들의 고용관계는 모호했다. 음식배달 노동자의 58.7%가 “계약업체 변경이 용이하다”고 답했다. 전용앱 배달노동자의 78.7%는 “여러 업체로부터 콜을 받는다”고 밝혔다.

전용앱을 통한 배달노동자가 배달대행업체 영향력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대행업체가 내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5점 만점 중 4.03점을 차지했다. 업체의 부당한 대우와 요구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4.0%나 됐다.

오토바이 배달노동자 중 교통사고를 경험한 경우는 음식점 소속 배달노동자가 17.4%로 가장 높았다. 본인 신체손상 비용처리는 상대방이 처리한 경우가 41.7%, 본인이 처리한 경우가 38.1%(전용앱 50.0%)였다. 본인이 처리한 이유로 “산재처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 부담” “사업주가 본인처리로 떠넘김” “사업주에게 알려지면 불이익 우려” 같은 응답이 나왔다.

배달로 인해 다치거나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74.4%가 근육통을 호소했다. 타박상(32.5%)과 목 답답함(23.2%), 삠(22.4%), 기침(19.0%)도 적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정성진 공동연구원(이화여대 일반대학원 사회학과 박사수료)은 “음식배달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많은 배달건수에도 낮은 수수료를 받는다”며 “새롭게 등장하는 노동상황을 고려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음식배달 노동자 13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를 담당한 김재민 센터 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야쿠르트·녹즙배달 여성노동자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체계적인 조사를 진행했다”며 “음식배달 노동자 유형별로 맞춤형 노동환경과 고용관계 개선, 쉼터 제공 같은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센터는 이날 발표회에서 ‘서울시 노동정책 평가체제 개발과 적용’을 주제로 한 연구사업 결과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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