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달 기자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면~”

통통 튀는 캐럴 소리에 시내버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싸였다. 운전석 뒤에는 반짝반짝 장식품이 달린 크리스마스트리가 눈길을 끌었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버스회사 광남자동차 주식회사가 운행하는 시내버스 풍경이다. 광남자동차는 회사 주식 90% 이상을 광남자동차노조 조합원이 소유하고 있는 노동자 자주기업이다. 대표이사도 조합원이 뽑는다.

노조는 2001년 자금난과 임금체불, 사장 비리 문제로 장기파업을 했다. 파업 뒤 이듬해 사장이 전격 퇴진했다. 대구 시내버스 회사 중 처음으로 노동자들이 운영하는 회사로 재탄생했다.

<매일노동뉴스>가 20일 우리사주조합장을 겸하고 있는 박중년(54·사진) 광남자동차노조 위원장을 대구 동구에 위치한 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위원장은 “대구시민에게 빚을 졌다”며 “경영은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떻게 기업을 인수했는지 소개해 달라.

“광남자동차는 1954년 대구 최초 시내버스 회사로 출범했다. 2001년 전임 사장의 방만한 회사경영과 비리, 임금체불에 문제를 제기하며 장기파업을 했다. 버스 운행은 중단됐다. 노조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구 시민단체와 노조의 투쟁으로 노동자 자주기업으로 탄생했다. 노동자 자주기업으로 태어난 시내버스가 운행을 시작한 지 16년이 됐다. 대구시내 26개 시내버스 회사 중 규모로 상위권이다. 전체 시내버스 평가에서도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대구광역시에서 지급하는 친절기사 인센티브와 경영평가 인센티브를 거의 매년 받고 있다. 회사와 노조는 노동자 피로도를 낮추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경북 포항과 경남 고성에 휴양소를 설치했다.”

- 회사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전국 시내버스 중 노동자 자주기업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대구 달구벌버스, 청주 우진교통을 포함해 5곳이다. 소유와 분배, 운영계획을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해 운영한다. 많은 토론을 하다 보니 의견을 하나로 묶어 내기 어렵다. 소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기 때문에 결정이 늦어지고 집행이 늦어져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생긴다. 자주기업으로 시작하는 시점에 떠안은 엄청난 부채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자 자주기업의 공통된 어려움이다.”

- 12월에는 모든 시내버스를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하고 캐럴을 틀고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광남자동차는 16년 전 장기파업으로 대구시민에게 빚을 졌다. 시민의 발이 돼야 할 시내버스가 차고지에만 서 있었다. 그럼에도 대구시민들은 따뜻한 관심을 보여 줬다. 그게 재기의 발판이 됐다. 올 한 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준 고객과 대구시민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승차하는 동안이라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시내버스 실내환경을 바꿔 봤다.”

- 내년에는 어떤 목표로 회사를 운영할 생각인가.

“노동자 자주기업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무한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자본이 취약한 노동자 자주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광남자동차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대구시민에게 다가가려 한다. 전 구성원이 고민해서 교통약자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 대구시에 건의할 생각이다. 대구 시내버스가 사랑을 받으면 광남자동차에도 좋지 않겠나. 시민과 함께하는 시내버스를 만들 것이다.”

-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06년 준공영제가 시행된 후 시내버스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주요 승강장에 노선별 차량 도착 예정시간이 표기된다. 승강장 개·보수와 차량 내 운행계획 표기, 전용차선 확대 같은 조치가 있었다. 아울러 대구시 주최로 종사원 교육을 했다. 광남자동차 자체 교육도 수시로 하면서 서비스 질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대구시와 시내버스 회사들은 대구시민들이 안전하게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한다. 시내버스를 더욱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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