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하부영)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방점을 찍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조업 리딩기업 노사의 합의가 민간부문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지부 입장에서는 ‘귀족노조’라는 오명을 벗음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비정규직을 없애고,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하부영 지부장은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부와 조합원들을 가장 괴롭혀 왔던 건 ‘노동귀족’이었다”며 “임금성은 부족하지만 대공장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사내하청 3천500명 정규직 전환, 촉탁직 절반 감축

현대차 노사는 2021년까지 3천500여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특별채용하기로 지난 19일 잠정합의했다. 해당 인원들은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다. 옛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고용의제를 적용받은 인원이 18%다. 나머지는 현행 파견법상 고용의무를 적용받은 노동자들이다.

지부는 “고용의무 적용자에 대해선 올해 2심 재판부가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는데, 노사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 판결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단계적으로 직접고용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사는 특별고용 채용자의 근속을 인정하고, 일시금을 동일하게 적용해 기존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

촉탁직 규모는 최소화한다. 현대차는 불법파견 논란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직접고용 비정규직인 촉탁직을 활용했다는 비판을 샀다. 노사는 2012년 휴직·파견·노조 전임으로 결원이 발생했을 때 등의 사유에 한해 촉탁직 채용을 제한하기로 했는데,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지부 주장이다.

노사는 잠정합의안에서 2천55명인 촉탁직 규모를 내년까지 70%, 2019년까지 50%로 줄인다. 그만큼 정규직을 늘린다. 노사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촉탁직이 정규직으로 재입사하면 경력을 우대할 방침이다. 지부는 결원 발생이나 한시 품질 대응 등에 필요한 촉탁직 규모를 1천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잠정합의안에는 전반적으로 사내하청을 줄여 가는 과정을 통해 공장에서 비정규직을 없애고, 향후 필요한 최소한의 촉탁직만 남기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자녀세대에 '안티 현대' 대신 희망 주자"

지부는 대신 임금인상 폭을 줄였다. 노사는 정기승급 2호봉과 별도승급 1호봉을 더해 기본급 5만8천원 인상에 잠정합의했다. 성과급 300%와 일시금 300만원을 지급한다. 지부는 호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5만4천883원 인상에 회사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해 왔다.

노사 내년 1분기까지 '8시간+8시간' 형태의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다. 현대차는 지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각종 고소·고발을 취하한다.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는 22일 실시된다.

하부영 지부장은 '국민 여러분과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에서 “향후 신규채용시 경력자 우대를 통해 현대차 비정규직 출신 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인 정규직 입사기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는데, 자녀세대에 ‘안티 현대’를 물려주는 것이 아닌 희망을 주는 연대를 고민한 결과”라며 “대공장노조의 위기와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조합원 고용안정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사회적 연대를 고민하는 지부가 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지부는 이날 공동선언문을 내고 "노사는 생산현장 인력운영 관련 품질향상을 통한 고객만족을 실현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직원 고용안정을 도모하겠다"며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일자리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적극 수행함으로써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