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대규모로 노조에 가입하자 원청이 노조탈퇴와 소송포기를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규직보다 임금인상률을 높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노조탈퇴와 소송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건과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올해 8월29일과 30일에 인쇄된 것들이다. ‘○○○ 영구 노사평화 다짐 협약서’라는 제목의 문건(2개)에는 "사외비A" 또는 “포스코의 승낙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는 문서”라고 명시돼 있다. 문건 작성자는 당시 포스코 인사노무그룹 외주팀 소속 최아무개 팀장과 직원 김아무개씨다. ‘○○○’은 포스코 사내하청 업체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8월29일 인쇄된 문건에는 “우리 ○○○ 2017년부터 3년간에 걸쳐 포스코 직영 임금인상률 대비 20% 이상 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근로자대표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하기 위해 근로자들로부터 받아 둔 소송위임장 관련서류를 폐기한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등 우리 ○○○의 노사 평화다짐 정신이 훼손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직원처우 개선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 같은 내용도 적혀 있다.

8월30일 인쇄된 서류에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위해 민노총 금속노조에 접수한 서류를 즉시 회수토록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금속노조에 접수한 서류는 소송위임장과 노조가입서다.

포스코 광양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15명은 2011년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광주고법은 지난해 8월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금속노조는 올해 7월 포스코 포항·광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위임장과 노조가입서를 받았다. 730여명이 노조에 가입해 소송에 참여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400여명이 노조가입과 소송을 취하했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문건의 인쇄시기와 비슷하다. 문건 작성자인 최아무개 팀장(현재 노무팀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외주팀은 협력업체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며 "직원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들이 근로자들과 협상을 하기 위한 문서작성 지원을 요청해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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