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태 기자

성과연봉제 폐기 이후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에서 성과급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신 업무의 특성이 반영된 직급을 만들어 업무의 가치와 수행능력,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수준이 달라지는 직무급제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공공노련이 19일 오후 한국노총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부)와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선방안 모색’을 주제로 발표했다. 두 연구자는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가 의뢰한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최종 결과는 내년 3월께 나올 전망이다. 기재부 용역은 성과연봉제 폐기 이후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의 밑바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채 교수와 정 부연구위원의 이날 발표가 가진 의미가 작지 않은 이유다.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연구방향 선회한 듯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초점 임금체계 개편해야”


채준호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임금체계 개편에서 직무·성과 요소가 강화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무급은 호봉제와 완전히 충돌하는 것은 아니고 성과 부분은 빠져 있다”고 밝혔다. 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노동부 의뢰를 받아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공공기관의 임금체계 개편 지원사업’ 보고서를 펴냈다.

노동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다섯 가지의 임금체계 개편 원칙을 제시했는데, 기본 호봉제를 유지하면서도 “담당업무의 가치가 동일하다면 고용형태별, 성별, 동일 직급 내에서의 임금차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노력-성과-보상 간의 연계강화를 통한 임금 공정성 제고를 위해 개인별 차등을 반영한 성과급 산정 기준을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직무·성과급적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채 교수와 정 부연구위원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지난해 12월에 나온 보고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 가운데 채준호 교수가 이날 토론회에서 “성과 부분은 빠져 있다”고 언급한 것은 연구방향이 수정됐음을 의미한다.

물론 기재부가 실제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을 진행하면서 성과주의적 요소를 배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채 교수 역시 “연구자로서 개인 의견일 뿐이고 실제 정부가 시행할 임금체계 개편은 연구내용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채준호 교수와 정동관 부연구위원의 발표 내용을 보면 성과주의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정동관 부연구위원은 공정한 임금체계가 되기 위한 제1원칙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제2원칙으로 ‘노력과 성과에 따른 보상’을 제시했다. 그는 “제1원칙은 설계단계에서 적용해야 할 사전적인 기준이고, 제2원칙은 사후조정 과정”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초점을 맞춰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일 하면 같은 직급 부여, 근속 반영하는 직무급”

채준호 교수와 정동관 부연구위원은 직무급제를 공공기관 임금체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임금인상이나 호봉인상이 없는 직무급제는 아니다. 직무나 업무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공공기관 직급을 업무특성에 따라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하는 일이 같으면 직급도 같아지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업무의 가치, 업무수행 능력, 근속연수에 따라서 임금이 올라갈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담당 업무에 따라 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에 그치는 직무급제가 아니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전제하면서도 근속·능력에 따라 임금도 올리는 직무급제다.

정동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직무급제가 담당 업무에 따른 임금차등만을 의미하거나, 성과주의 보상체계를 의미하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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