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학교 급식노동자들이 업무와 관련한 사고성재해와 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비율이 매우 높은데도 산업재해 처리를 받은 사례는 100명 중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치거나 병을 앓은 노동자 96.5%가 본인 부담으로 치료해 산업재해율은 파악조차 어렵다. 교육청 주체로 실태조사를 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해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는 19일 오후 서울 홍제동 센터 교육장에서 서대문지역 학교 급식노동자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 사업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정 지역 전체 급식노동자 대상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성재해율·근골격계질환 유병률 모두 높아

2003년 초·중·고 학교 급식이 전면 실시된 뒤 15년 가까이 흘렀다. 그동안 위탁급식 직영 전환과 식재료 사용기준 강화, 친환경 농산물 사용, 무상급식 등 급식을 둘러싼 많은 이슈가 논의됐고 관련 정책이 시행됐다. 그런데 생산주체인 급식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는 부각되지 않았다.

서울지부와 연구소는 올해 10월18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서대문구 40개 초·중·고 급식실 조리종사자 304명을 대상으로 방문 설문조사를 했다. 사고성재해와 근골격계질환, 피부질환 병원 치료 경력을 조사해 산재율을 추정했다.

지난 1년 동안 찰과상·타박상·자상·화상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120명(39.5%)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90.8%가 본인 부담으로 치료했다. 학교나 위탁업체가 병원비를 지급한 곳은 4.2%, 산재보험 처리는 5%에 그쳤다.

근골격계질환 치료 경험자는 195명(64%)으로 높게 나타났다. 치료비는 98.9%가 본인이 부담했고 학교·위탁업체 부담과 산재보험 처리는 각각 한 건이었다. 피부염과 두드러기 같은 피부질환 치료자는 62명(20%)이었는데, 모두 스스로 치료비를 부담했다.

이윤근 연구소장은 “학교 급식종사자들의 업무와 관련한 사고성재해와 질병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 산재 신청이 이뤄지지 않고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좀 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근골격계질환 위험요인·소음·온열·유해화학물질 등 작업환경 평가 △사고성재해·업무상질병과 관련한 정확한 실태조사 △작업시간·휴식시간·휴가 사용 특성 등 노동조건 조사 △노동강도 평가를 통한 적정인력 기준 산정영역 정밀조사를 제안했다.

"교육청-급식노동자 산업안전보건위 구성해야"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중학교 급식노동자들의 결근일수가 길고 사고·질환 경험이 특히 많았다”며 “교육청 차원의 실태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아픈데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중학교는 72.9%, 초등학교는 59.2%, 고등학교는 35.6%로 조사됐다. 건강으로 인한 결근 비율은 초등학교(23.1%)·고등학교(28.4%)보다 중학교(31.5%)에서 높았다.

노동계가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 교육청과 노동자대표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구하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7월 질의회시를 통해 “교육청이 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이행주체”라며 “교육청 단위로 산업안전보건위를 구성·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부는 "교육청은 산업안전보건위 구성·운영 주체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가 법제처에 정부부처 간 이견 조정을 요청한 상태다. 조성애 국장은 “급식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교육부가 제 역할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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