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30년 만에 개헌 논의에 불이 일고 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최근 내년 2월까지 합의안을 도출한 뒤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노동헌법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다. 노동자와 민중 주도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민주노총·노동당·민중당·사회변혁노동자당·정의당이 19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원 강당에서 ‘노동자·민중 진영의 개헌 방향과 쟁점 토론회’를 열었다. 교사·공장 노동자·농민들이 개정 헌법에 담아야 할 국민 기본권 강화방안을 제시했다. 헌법에 기본소득 개념을 담아 시민 사회경제권을 확대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하위 법령이 헌법 발목 잡는다"=김동국 전교조 부위원장은 교사·공무원을 대표해 헌법과 하위 법령의 괴리로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헌법이 교사·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데도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국 부위원장은 “하위 법령이 헌법을 왜곡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가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라며 “개헌 국면에서 교사·공무원의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이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 3권을 보장하는 헌법이 사문화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노조파괴 사업장으로 이름난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일들이 소개됐다.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지회장은 “헌법을 사실상 위배하는 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 3권을 보장하려면 노조파괴 범죄행위가 없어지도록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노동자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금지하고, 교섭권과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또한 폐기해야죠.”

이정훈 지회장은 “모든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위해 헌법 33조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문구를 담은 헌법 조항도 일터에서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6년의 노조파괴 속에서 경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헌헌법처럼 통신산업 국공영화하자"=농민 기본권 보장과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헌법 개정 범농업계 운동본부가 마련한 ‘농민헌법’도 관심을 끌었다. “모든 국민은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권리를 갖는다”거나 “국가는 농민의 안정적인 생활 영위를 위해 적정한 소득과 최저가격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농사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하는 경자유전 원칙을 담자는 주문이다.

박형대 전농 전책위원장은 “농민헌법이 마련되면 식량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높아지며, 농민을 중심으로 농지 소유·관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법 11조를 개정해 사람들 사이의 차별금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이미 법이 제정된 장애·연령 등의 차별금지 사유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며, 열거할 수 있을 만큼 열거하고 ‘등’을 붙이는 정도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평등을 실현하려면 차별시정의 적극적인 의무가 국가에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홍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은 ‘기본소득 개헌안’에 초점을 맞췄다. 헌법 34조1항의 ‘국민’을 ‘사람’으로 바꾸고, 국가에 사람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책임을 지우자는 얘기다. 그는 “국가의 기본소득 보장 의무를 헌법적 수준에서 합의하자는 것으로, 구체적인 기본소득 금액과 세원 등은 추가적으로 법률적으로 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연용 KT노조 본사지방본부 위원장 당선자는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 시민과 인권유린 속에서 일하는 통신노동자를 위해서라도 통신산업 국공영화는 필수적 과제"라며 "제헌헌법에 담긴 내용으로 허무맹랑한 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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