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실상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을 통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법외노조 철회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인권위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이다.

인권위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전원위원회를 열고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소송(대법원 2016두32992)에 관한 의견 제출의 건’을 심의·의결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취소 소송에 인권위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에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

인권위 “법외노조화는 심대한 단결권 제한”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에서 △단결권에 관한 국제기준 및 관련 권고 존중 △초기업단위 노조인 전교조 특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9조2항 및 이 사건 처분의 비례원칙 위배소지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사회권규약위원회·국제노동기구(ILO)는 ‘모든 사람의 자유롭고 차별 없는 노조 결성·가입 권리’를 관련 조약 등에 규정하고 있다”며 “이들은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한 우려 표명 및 해고자의 자유로운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국내 법령 개정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어 “교원의 직무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 중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것에 더해 초기업단위 노조인 교원노조의 해직교원 가입을 이유로 단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법외노조 통보조항인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에 대해서는 “행정관청이 노조의 지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가장 침익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며 “노조가 받는 불이익과 피해는 매우 심대한 반면 이를 통해 실현되는 공익 사이에 비례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2010년·2013년과 같은 입장표명

인권위는 2010년과 2013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인권위는 2010년 10월 노조법 2조1호 근로자 정의규정을 개정하고 2조4호 라목 단서를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노조법 2조1호는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조4호 라목은 노조로 보지 않는 경우에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를 포함시키고 있다. 인권위는 노조법 시행령 9조2항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 부분을 삭제하고, 시정요구 불이행에 대한 제재는 보다 덜 침익적 형태로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주문했다.

이 밖에 인권위는 “행정관청은 노조 설립을 위해 제출된 설립신고서와 규약에 한정해 심사하되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 이외의 자료를 제출할 것을 임의적으로 요구하는 등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2013년에는 노동부의 전교조 규약 시정요구에 대한 인권위원장 성명을 내고 “노동부가 시정요구 근거로 제시한 노조법 시행령 조항은 인권위가 이미 인권침해성을 인정해 삭제할 것을 권고한 제도”라며 “조합원 자격 때문에 노조 자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대법원 아닌 정부에 통보취소 요구했어야”

인권위가 이날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대법원 판결에 앞서 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할 명분을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교육부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자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대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노동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가 노동부나 청와대 등 정부를 향해 직접적으로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하라고 권고한 것은 아니라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할 일을 대법원에 미루면서 정부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교조 관계자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박근혜 정권이 국가정보원까지 동원해 전교조를 무력화시킨 사건”이라며 “인권위는 대법원을 향해서가 아니라 노동부와 청와대를 향해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하라는 권고를 내놓았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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