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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의 극복최석군 변호사(법무법인 민국)
▲ 최석군 변호사(법무법인 민국)

국립국어원 온라인 국어사전 우리말샘은 ‘갑질’을 신조어로 등록했다. 우리말샘은 "상대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상대를 호령하거나 자신의 방침에 따르게 하는 짓"이라고 갑질을 설명한다.

이제까지 갑질에 대한 성토는 ‘뒷담화’ 수준의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런 뒷담화 중에 나오는 대책은 자연히 ‘참아 보라’ 혹은 ‘이겨 내라’가 되기 쉬웠다. 그렇지만 갑질은 이제 상사에 대한 단순한 뒷담화로 이겨 내기 어려운 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직장갑질119에 대한 식지 않는 호응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노동자들의 쌓여 있던 고통을 배출하는 통로가 생겼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갑질을 법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근대 민법 정신은 계약 체결주체 상호 간의 형식적 평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평등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당함은 오히려 숨겨지곤 한다. 한 번 규율된 법적 개념은 이후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고 ‘법적 안정성’이라는 이름으로 늦은 대응이 오히려 법적으로 정당화되곤 한다. 이런 법의 특성상 실정법은 많은 경우 현실 모순을 뒤늦게 쫓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법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 된다.

노동관계를 규율한 노동법 또한 법이기에 유사한 문제를 지닌다. 갑질과 같은 권력관계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수단이 없을 뿐 아니라 사용자들은 임금·해고 같은 노동자 삶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기준만 겨우 준수하면 모든 의무를 다한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명예퇴직의 상징은 소위 ‘책상을 빼는 것’ 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일하던 책상이 사라지는 비인격적 처우에 대해 모멸감을 이기고 버텨 회사로부터 눈에 보이는 해고통지를 받아 내야만, 그제서야 ‘부당해고 구제’라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회색지대에 현실적으로 힘을 보태 줄 법적 수단으로 우리에게 허용된 것이 노동조합이다. 현재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두 축으로 이뤄진 노동법 체계는 국가가 개인의 핵심적인 근로기준에 대한 기준을 세울 뿐, 그 외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대등성은 노동조합 역량에 의존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낮은 수준이며, 그나마 비정규직 등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노동자들은 더욱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대한 따뜻한 시선 못지않게 차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과거 현실에 기초한 현재 법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수단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부족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도구가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할 한다.

직장갑질119를 통한 제보로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한림대의료원에 최근 노동조합이 생겼다고 한다. 어렵고 부족한 현실을 이겨 내는 제대로 된 도구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

최석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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