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한 쟁점이 주 52시간 근무를 언제 시행할 지, 휴일근무 중복할증을 할지 말지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단 합의는 주 52시간 근무를 기업 규모에 따라 3단계로 하고, 휴일근무 중복할증은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 이용득·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 노동계는 주 52시간 근무를 곧바로 시행하고 휴일수당 중복할증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여당 고용노동소위 위원들에게 제시한 조정안은 주 52시간 근무와 휴일근무 중복할증까지 모두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묘한 입장차' 감지되는 재계

재계는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단일한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17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단체 간 입장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만족하지는 않지만 간사단 합의라도 국회를 통과하길 원한다. 박용만 회장은 이달 8일 홍영표 환노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간사단 합의안에 대해 “그 안을 가지고 기업들을 설득해 가야 할 부담이 대단히 크지만 입법이 조속히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간사단 합의를 사실상 지지한 셈이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간사단 합의+30인 미만 기업 특별연장근로 허용’을 원한다.

입장이 가장 완고한 단체는 한국경총이다. 주 52시간 근무를 1천인 이상 기업부터 4단계로 나눠 적용하고, 노사가 합의하면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자고 주장한다. 한국노총이 폐기를 선언한 2015년 9·15 노사정 합의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조금씩 입장차이가 있지만 경제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이다. 빠르게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휴일근무 중복할증을 허용하면 중소기업이 재정난이나 인력난에 빠진다는 주장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 “중복할증보다 노동시간단축이 더 문제”

그런 가운데 과거 중소기업중앙회가 국회 공청회에서 밝힌 내용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국회 환노위 노사정소위는 2014년 4월10일 '근로시간단축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당시에도 쟁점은 단계적인 주 52시간 근무와 휴일근무 중복할증 여부였다.

공청회에서 이종훈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재계 관계자들에게 “중복할증이 올라가는 게 더 문제인가, 아니면 52시간 이상은 아예 물리적으로 연장근로를 시킬 수 없는 것이 더 문제인가”라고 질문했다. 경총 관계자는 “두 개 다”라고 답했지만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 답변은 달랐다.

당시 강동한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분과위원장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제일 먼저 시작되는 것이 임금인상이고 두 번째가 장비 증설”이라며 “중소기업에서 진실로 얘기하면 돈보다 시간이 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종훈 전 의원 질문은 ‘단계적인 주 52시간 노동’과 ‘휴일근무 중복할증 미적용’ 중 한쪽을 선택하라는 것이었고, 중소기업중앙회는 전자를 지목한 것이다. 생산량을 유지하는 데 인력·장비 확충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동계는 당시 발언을 떠올리면서 "재계가 중복할증 금지를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와 중복할증을 즉각 시행하되 노동시간을 어긴 사업주 처벌을 유예하는 방식의 단계적 방안이면 충분히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며 “노사정소위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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