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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이마트 주 35시간제, 왜 논란 일까

신세계그룹이 내년 1월부터 노동시간을 단축해 임금하락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주 35시간이면 하루 노동시간은 7시간이다.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한다. 주 40시간제(최장 52시간) 논의가 국회에서 지지부진한 터라 단비 같은 노동시간단축 선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 최초”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룹 안에서는 다른 말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대응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다.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에게 찬반 의견을 들었다.

모두가 망설이는 노동시간단축 마중물 역할
김상기 전국이마트노조 위원장

김상기 전국이마트노조 위원장

최선의 답이 무조건적인 선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거부하고 투쟁하는 것이 노동자에게 무조건적인 이익인가. 노동시간단축에 대해서도 우리 노조와 신세계가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중물을 제공했다고 본다. 완벽하지 않으면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하나. 그러면 우리 사회나 노동계는 언제 진보하고 발전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기준으로 주 40시간 근무 노동자와 주 35시간 근무 노동자 임금을 비교해 최저시급 노동자의 임금이 26만원 더 많아진다고 우려한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가정해 노동계가 그토록 원했던 노동시간단축을 폄하하는 것은 결국 상대를 깎아내리면서 본인들의 존재감을 살리는 것으로밖에 이해 안 된다.

2020년까지 세 번의 임금교섭이 남았다.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교섭을 통해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임금을 끌어올릴 것이다. 내년 최저시급이 7천530원인 데 반해 우리는 8천645원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는 동안 우리는 월급이 거의 오르지 않는 것을 가정해 우리를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인 흠집 내기다.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이 혼재돼 노동강도가 다른 업종에 비해 더 높은 유통업에서 노동시간단축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노동계의 가치다. 이마트노조는 반드시 노동시간단축과 임금보상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이것이 노동존중이다. 또한 근무시간이 짧아지면서 노동강도가 높아진다고 우려하는데, 이것은 제조업에서 시간당 생산량을 강제할 때나 통용되는 논리다. 노동강도 강화 논리는 유통업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우리 노조는 지난해부터 회사와 협의를 통해 업무 간소화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진열 개선부터 시작해 7시간 근무에 맞는 업무 혁신을 통해 노동시간단축에 맞는 업무 틀을 만들 것이다.


저임금·단시간 노동으론 가족생계 책임질 수 없다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장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장

하루 7시간, 주 35시간제로 바뀌면 업무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마트업무는 일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내년부터는 8시간에 하던 일을 7시간 내에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1·2조 교대시간이 겹치는 시간 동안 협업해 처리하던 일을 혼자서 감당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노동강도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력충원이 필수적인데 회사는 계획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회사의 조치를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보고 있다. 회사는 임금저하 없는 노동시간단축을 말하는데, 이 말이 진정성이 있다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될 즈음 209만원 월급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하면 된다. 적정인력을 충원하겠다고 하면 된다.

노동시간단축 상황에서 임금과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가 싸우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마트 교섭대표노조와 회사는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협의하고 위원장 직권으로 이를 승인해 왔다. 이마트가 지부를 탄압하기 위해 얼마나 집요한 일들을 해 왔는지는 지난 역사가 증명한다.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문제의 핵심은 마트 서비스직이 단시간·저임금 나쁜 일자리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대로라면 마트 노동자는 언제나 최저임금 주위를 맴돌며 단시간 노동을 하게 된다. 가족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되지 못한다.


노동시간단축 역사엔 타협이 있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기적으로 최저임금 상승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노동계 우려가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노사가 합의한 내용 중 당장 내년부터 적용할 노동시간과 임금에 있어서는 우려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노동시간이 줄면 노동강도가 일정하게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임금을 똑같이 받으면서 노동시간이 준다면 일을 압축적으로 더할 각오를 해야 한다. 노동시간이 줄면 노동자들에게 큰 혜택이다. 그렇다면 노동의 생산성도 향상돼야 한다. 노동시간이 줄면서 노동강도가 그대로였던 사례는 거의 없다. 노동강도 증가가 노동시간 감소 효과를 넘어선다면 인력을 추가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그건 노사가 차후 협상을 통해 풀어 갈 문제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시점이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이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그때 가서 월급 183만원을 받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지나친 예단이다. 노사가 어떤 협상 과정을 밟아 나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일단 내년에는 우려할 대목이 없다. 임금인상 협상에선 현재 임금이 협상의 기준이 된다. 노사가 불신 상태에 놓이고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생산성 증가가 없다면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임금인상을 위한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업의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노동계도 그런 노력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노동시간이 줄어드는데 임금이 비례적으로 줄면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임금이 줄어들지 않으면 노동강도가 높어지는 것을 일정하게 수용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 역사에는 이와 같은 노사의 일정한 타협(암묵적 혹은 명시적)이 있었다.


노동시간단축과 임금보전, 사회적 합의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이마트 노동시간단축은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돼 있는 사안이다. 노동시간단축 대상 대다수가 생활임금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 여성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저임금 노동자 처지에서 노동시간단축은 임금 삭감이다. 실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들이라 노사가 충분히 협의를 했어야 한다.

과로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노동시간단축은 사회적 의미가 크다. 대기업이 앞장서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려는 꼼수로 근로시간단축을 추진한 것은 문제다. 적정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다수노조와 합의했다지만 전체 노동자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려면 기본적으로는 최소한 공동교섭 방식으로라도 노사 간 갈등을 완화할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일터에서 오히려 소모적인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이 돼서는 곤란하다. 이제라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고 추진하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은 임금과 연동한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합당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개별 사업장에서 각자도생식으로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 홈플러스는 전일제 요구 노사교섭 중
정미화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장

정미화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장

마트산업 빅3 가운데 하나인 이마트의 주 35시간 근로시간단축 발표에 홈플러스 직원들도 내 일같이 느끼며 함께 분노하고 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현재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임단협 핵심 요구는 전 직원의 하루 8시간 전일제 적용이다. 현재 마트에는 하루 8시간 미만(7시간·6시간·5시간) 노동자들이 즐비하다. 이들 대부분은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인건비를 줄이려는 사측 강요에 의해 단시간 근로를 하고 있다. 하루 8시간과 7시간의 월급 차이는 20만원 정도다. 6시간·5시간 일하는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 7시간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자들보다 노동강도가 약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세다고 봐야 한다. 8시간 일해도 항상 일손이 부족한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7시간으로 줄인다고 생각해 보라. 8시간에 할 일을 7시간 동안 해야 한다. 퇴근시간이 1시간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도긴개긴이다. 결국 하는 일은 비슷한데 월급은 훨씬 적고, 때문에 마트노동자들은 단시간 근로를 8시간 전일제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이마트의 이번 행태는 이 같은 단시간 노동자들의 염원에 역행하는 악질꼼수에 불과하다. 홈플러스지부는 이마트지부와 한가족이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이번 임단협에서 전 직원 8시간 전환을 반드시 쟁취하고 이마트의 악질적인 근로시간단축도 반드시 철회시킬 것이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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