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들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과정에서 불거진 금융지주 셀프연임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3일 언론사 간담회에서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 있어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방법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금융지주사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어떤 문제점이 있고, (CEO) 선임이 어떻게 이행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는 주주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사외이사들이 다시 회장을 차기 회장후보로 추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임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회장은 3연임을 노리고 있다.

최흥식 원장은 "사외이사들이 (회장) 후보를 추천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평가시스템이 거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점검·검사하고 그 결과를 언론에 공표해 금융회사가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금융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TF)는 "금감원은 금융사 지배구조 운영실태와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실질적인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CEO 영향을 받지 않은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제3의 기관이 후보군을 선발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금감원은 권고안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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