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청와대가 연내 입법을 촉구하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국회 논의가 재개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야당과 재계가 우원식 원내대표 조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적은 데다 노동계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나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단 합의 연내통과를 언급하면서 노정갈등만 커지는 형국이다.

원내대표 제안에도 정리 안 되는 여당

13일 환노위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전날 우원식 원내대표가 여당 일부 의원들에게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한 조정방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는 심사를 재개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여당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주 52시간 근무(연장근로 12시간 포함)를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만큼 휴일근무 수당 중복할증도 유예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냈다.

이와 관련해 여당 내부에서 입장이 엇갈리면서 야당쪽에서 고용노동소위 재개 제안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원내대표가 제시한 것은 아직 당론으로 볼 수 없다”며 “환노위 소속 의원들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해 내부를 먼저 정리한 다음 상임위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경우 우 원내대표 제안을 야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휴일근무 수당 중복할증을 양보하고, 자유한국당은 특별연장근로 허용을 양보하면서 도출된 환노위 간사단 합의에서 더 이상 변화를 주면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2일 환노위를 찾아온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들이 “30인 미만 기업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자, 홍 위원장은 “3당 간 합의를 넘어서는 내용 수정은 어렵다”고 일축했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여당으로부터 아무런 제안을 받지 못했다”면서도 “지난달 간사합의는 재계 압박을 받으면서 어렵사리 도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양보는 어렵다는 얘기다.

간사단 합의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단계적 노동시간단축과 중복할증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 원내대표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노동계 역시 조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간사단 합의처럼 단계적인 노동시간단축을 골자로 하고 있고, 중복할증까지 단계적으로 하면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중소·영세 기업 노동자들의 경우 장시간 노동 기간이 길어지면서도 수당을 많이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노정갈등만 키운 장하성 실장 발언

장하성 정책실장이 12일 당정청 회의에서 “간사단 합의를 연내에 처리하자”고 주장하면서 노정갈등만 심화하고 있다. 장 실장 발언이 마치 청와대 방침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시각도 일부 있지만 우원식 원내대표가 반대의견을 밝혀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혹시라도 야당 반발로 노동시간단축 기간이 간사단 합의보다 늦춰질 것을 우려해 나온 발언 같다”며 “청와대 방침이나 오더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계는 장 실장 발언을 포함한 청와대 움직임을 가볍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청와대는 참여정부 시절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만 하다 개혁에 좌초한 일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장하성 실장의 개인플레이에 노정관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장하성 실장은 근기법 개악강행에 날개를 달아 주는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며 “노정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공동위원장 이석행·이수진)는 성명을 통해 “근로시간단축과 휴일 중복할증 폐지 등이 포함된 근기법 개정안 논의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노동계 의견을 진지하게 수렴하고 법 개정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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