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이마트의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을 비판하고 나섰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노동시간단축은 임금삭감일 뿐이며, 마트 서비스직을 단시간·저임금 나쁜 일자리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트산업노조(위원장 김기완)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신세계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는 노동강도는 높이고 지급해야 할 임금총액은 줄이는 기만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마트와 전국이마트노조는 내년부터 주당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줄이고, 월급여는 올해보다 10%가량 올리는 내용의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임금하락 없는 노동시간단축을 했다고 홍보했다.

노조 분석은 다르다. 노조에 따르면 임금인상분 10%는 최저임금 인상액에 따른 자연증가분에 맞춘 것이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라 야간수당·교통비가 줄어들면서 임금이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올해 이마트 무기계약직은 시급 6천980원을 받는다. 주당 40시간 근무,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을 기준으로 한 달 임금이 145만8천원이다. 내년에 주당 35시간을 일했을 때 소정근로시간은 183시간으로 줄고, 임금은 158만2천원이 된다. 시급은 8천644원이다.

이마트 노사가 아무런 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최저임금법에 따라 시급은 7천530원이 되고 209시간을 일하면 157만4천원이 된다. 노사합의 결과와 월 임금총액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 1시간 적게 일하고도 임금저하가 없으니 좋은 일은 아닐까. 전수찬 노조 이마트지부 지부장은 "마트는 하루에 해야 할 일의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8시간에 하던 일을 7시간에 마무리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업에 빗대면 생산대수를 맞추기 위해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올리는 조치, 즉 노동강도가 강화된다는 뜻이다. 이마트는 인력충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저녁 10시 이후 일할 때 받던 심야수당이 줄고 교통비가 없어져 임금삭감이 이뤄지는 경우도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내후년부터다. 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월급여를 받지만 2019년 이후에는 209시간 일하는 최저임금 노동자보다 총액임금이 낮아질 수도 있다. 2020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209시간 최저임금 노동자의 월급여는 209만원이지만, 이마트는 183시간을 기준으로 183만원만 줘도 된다.

노동시간단축을 반대하는 것은 사회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기완 위원장은 "생활임금에 턱없이 모자란 임금을 받는 마트노동자는 고임금 노동자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회사 일방으로 이뤄지는 노동시간단축은 그냥 임금삭감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수찬 지부장은 "우리는 독일의 미니잡을 좋은 일자리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재벌 대기업이 노동시간단축이라는 포장지만 내세워 마트 서비스직을 단시간·저임금 나쁜 일자리로 고착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적정임금을 보장하고 인력충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실현돼야 좋은 일자리 정책"이라며 "이마트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조치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마트에는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조·이마트민주노조와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등 3개 노조가 있다. 회사와 임금협상을 한 전국이마트노조를 제외한 이마트민주노조와 이마트지부는 협상안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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