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10월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을 발표하면서 여수광양항만공사를 정규직화 우수사례로 꼽았다. 노사 합의로 특수경비·시설관리·청소 등 용역노동자 157명을 전환했다는 이유였다. 공사 노동자들은 "자회사 방식 정규직화가 부당하다"고 비판했지만 노동부는 "일부 불만이 있었지만 설득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설득됐다던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사 용역업체 특수경비 노동자들은 “근로자대표 선정과 자회사 협의 과정에서 노동자 의견이 무시됐다”며 협의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근로자대표 선정, 절차적 정당성 없어”=11일 민주연합노조·공공연대노조에 따르면 공사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는 올해 8월25일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노동부는 이를 근거로 공사를 공공부문 정규직화 우수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당시 자료에는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전환과정에서 노사가 전환방식과 규모에 합의했다”며 “이윤·낙찰차액 등 잉여예산을 활용해 추가비용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노동자들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자회사 설립은 또 다른 중간업체를 거치게 되는 것으로 정규직화와 거리가 멀고, 대부분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원한다고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협의기구가 노동자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노동자대표를 뽑는 과정부터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사는 '근로자대표단 모집 공고문' 대신 8월16일과 17일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방향 검토를 위한 연구 진행계획'이라는 공문만 게시했다. 근로자대표단 신청 마감은 같은달 18일 오후 6시까지였다.

민주연합노조

노조 조합원인 천세봉씨는 “노동자들에게 알리려 했다면 각 초소에 정식 공고문을 부착하고 SNS 단체대화방에 게재하는 방식이 사용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씨는 이후 합의 과정에서도 노동자 의견이 무시됐다고 주장한다. 노·사·전문가 협의기구가 22~23일 이틀 만에 1·2차 회의를 거친 뒤 노동자들이 수차례 합의내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8월25일 작성한 합의문을 노동자들은 10월께 입수할 수 있었다.

천씨는 “8월 중순께 공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69%의 노동자들이 자회사가 아닌 직접고용을 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그럼에도 합의문에는 ‘노동자 99명에게 모두 자회사 전환 의견을 수렴했고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명시돼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주훈 민주연합노조 조직국장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노동자대표가 맺은 자회사 전환 합의문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울산항만공사도 덩달아 “자회사로 정규직화”=여수광양항만공사가 우수사례로 뽑히자 다른 지역 항만공사들도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울산항만공사는 10월20일 노·사·전문가 협의기구 구성을 발표한 뒤 지난달 29일까지 3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공공연대노조에 따르면 회의에서 울산항만공사는 “인천과 부산은 이미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최근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항만공사의 정책적 통일성을 감안해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동자들은 “공사가 ‘해양수산부가 울산항만공사에 각 기관 간 형평성을 고려해 전환방식을 결정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선영 공공연대노조 부산울산지부 사무차장은 “노조는 공사에 해수부 공문 확인을 요구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며 “해수부에도 해당 공문을 보낸 적 있는지 질의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이선영 사무차장은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은 무늬만 정규직일 뿐 또 다른 용역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항만공사는 인천·부산·여수광양·울산 4곳에 있다. 인천과 부산은 2007년부터 자회사 인천항보안공사와 부산항보안공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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