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고용노동부가 ‘2016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발표했다. 2016년 말 기준 전체 조합원은 196만6천명으로 전년보다 2만8천명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노조 아님’ 통보를 한 전국교직원노조 조합원 5만3천명 등을 포함하면 조직노동자는 200만명을 돌파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노조 조직률은 2000년대 들어 10%에 머물러 노동조합운동이 정체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한국 노동조합은 천천히 성장해 왔다. 정부 통계를 보더라도 2007년 169만명이던 조합원은 10년 사이 30만명 가까이 순증가했다. 조합원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조 조직률이 그대로인 건 노동자 규모도 같이 커졌기 때문이다. 노동자수는 2천만명을 돌파했다.

한국 노동운동의 역동성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뚜렷이 확인된다. 독일은 2000년 29%였던 노조 조직률이 2015년 1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일본은 22%에서 17%로 떨어졌다. 영국은 30%에서 25%로 떨어졌다. 노조 천국이라는 스웨덴도 79%에서 68%로 떨어졌다. 이들 나라에선 조직률만 아니라 절대적인 조합원수도 줄었다.

노조원수 증가와 더불어 관심을 끄는 대목은 노동조합 조직형태다. 기업별노조(enterprise union)에 속한 노조원 비율은 1998년 90%에서 지난해 45%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초기업노조 조합원 비율은 10%에서 55%로 늘었다.

98년 2월 보건의료노조를 필두로 기업별노조 상급단체인 산별연맹을 산별노조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활발해졌다. 이제 민주노총 조합원 80% 이상, 한국노총 조합원 30% 이상이 산별노조에 속해 있다.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기업별노조가 지배적이던 노동조합운동을 산별노조 주도로 전환시킨 사례는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하다.

이미 10년 전부터 초기업노조에 속한 조합원이 조직노동(organized labor)의 5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산별노조운동(industrial unionism)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한 이면에는 국가권력과 자본의 탄압에 더해 조직 노선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산별노조운동의 중심을 업종에 둘 것인가 지역에 둘 것인가, 나아가 전체 노동운동의 중심을 산업에 둘 것인가 지역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노사관계 구축과 단체교섭 실현을 위한 효과적 전략 부재 속에 전개된 ‘대산별주의’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지역중심주의’는 실천적으로 산별노조운동의 성장을 가로막고 기업별노조주의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산별노조의 핵심 과제인 산별교섭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업장들을 업종에 상관 없이 지역으로 묶는 체계보다, 동종 업종의 사업장들을 지역에 상관없이 하나로 묶는 업종 체계가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지금 구조조정 위기를 맞고 있는 조선업의 경우 다른 업종들과 뒤섞여 지역 단위에 속하는 것보다, 지역을 뛰어넘어 조선업종 차원의 노사관계 구축과 단체교섭 체계를 추진하는 것이 현실에 부합하는 조직노선이라 할 것이다. 노사관계와 단체교섭 단위를 경상남도·울산광역시·전라남도·충청남도라는 지역이 아니라 조선업·자동차완성·자동차부품·전기전자·철강 등 동질적인 업종의 틀로 재편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조합 체계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문제는 산별노조들의 전국 중앙단체(national center)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도 중요하다. 노총의 골간은 지역본부가 아니라 산별노조이기 때문이다. 개별 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노동자 조직은 노총 지역본부가 아니라 산별노조다. 노총에 의무금을 납부하는 가맹조직(affiliates)도 지역본부가 아니라 산별노조다. 당연히 노총의 주력부대는 지역본부가 아니라 산별노조다.

정당 같은 정치조직은 도당이나 시당 등의 지역 단위로 운영되지만, 노사관계 구축과 단체교섭 실현이 중요한 노동조합은 조직 중심을 업종과 산업에 두는 게 옳다. 노동조합 체계와 관련해 지역중심론은 정치적 조합주의(political unionism) 편향으로 볼 수 있다. 대산별주의와 결합된 지역중심론은 산업 수준의 노사관계와 단체교섭을 강화하기보다 기업별노조주의를 온존시켜 왔다.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가 한창이다. 다수 후보들이 산별교섭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노동조합운동 조직노선에 관한 논의가 자유롭고 풍부하게 이뤄져야 한다. 단체교섭과 노사관계 구축에 관한 과학적인 전략 없이 ‘대산별’만 부르짖는 편향과 더불어 업종과 산업은 경시하고 지역에 집착하는 편향을 극복해야 한다. 산업 수준의 노사관계 구축과 단체교섭 실현에 무능할 뿐 아니라 관심조차 부족한 ‘무늬만 산별노조’를 하루빨리 넘어서야 한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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