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입사했는데요. 느닷없이 여자 의사가 나타나 인사를 제대로 안 했다고 어제까지 하던 일을 그만두라고 합니다. 병원 이미지랑 안 맞다네요. 너무 황당하고 억울합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도와주세요.”

“면접에 통과해 근무계약서를 쓸 때 회사에서 제가 잠수타는 것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일종의 보증금을 요구했습니다. ‘30만원을 대표 계좌로 입금하라’고 요구하더군요. 퇴사할 때 다시 주겠다는 말과 함께요. 이런 사례 있는 분들 있으십니까?”

직장갑질119(gabjil119.com) 오픈카톡에 올라온 내용들이다. 지난달 1일 문을 연 오픈카톡에는 “(업무와 무관한) 풀 뽑기를 시켰다”거나 “사장과 식사를 하면 턱받이도 해 드려야 한다”는 등의 황당한 직장갑질 내용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갑질 1위는 임금 미지급, 전근대적 황당 갑질도=7일 직장갑질119가 출범 한 달을 맞아 ‘직장갑질, 30일의 기록’ 보고서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내 갑질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달 1일 출범한 민간공익단체다.

직장갑질119는 한 달 동안 이메일 676건, 오픈카톡 1천330건, 페이스북 메시지 15건을 포함해 2천21건의 갑질 신고·상담을 받았다. 하루 평균 68건이나 된다.

오픈카톡방에는 연인원 5천634명이 방문했다. 4만207건의 대화가 오갔다. 갑질 신고 내용으로는 임금 미지급(420건·20.78%)과 직장내 괴롭힘(338건·19.20%)이 가장 많았다. 기타(309건·15.29%), 휴가 미보장(247건·12.17%), 장시간 노동과 휴게시간 미보장(246건·12.17%)이 뒤를 이었다.

“(직장상사가) 직장갑질119에 진정서가 들어간 것도 알았고 본인 잘못을 인정하며 눈물로 사과했습니다. 직장갑질119가 아니었다면 약자라고 당하기만 했을 텐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장갑질119에서 도움을 받은 이들이 문자 등을 통해 운영자들에게 보낸 감사 인사·응원 문자 내용도 관심을 끌었다. 노동전문가·노무사·변호사 241명이 직장갑질119에서 한 달간 무료로 노동상담을 했다.

◇“집에서도 안 하는 김장하느라 허리 나가요”=보고서에는 직장상사 가족행사에 동원됐다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A씨는 “병원 원장 아들 결혼식에 조직적으로 간부들을 동원시켜서 애사심 운운하며 안내·주차 관리·화환관리·VIP 안내·축하금 명부 작성을 시켰다”며 “심지어 결혼식이 끝나면 비용을 정산하고 엑셀로 출력해 신혼집에 갖다 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B씨는 “그런 일들이 많다”며 “장례식 때도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접대시키고 병원장 아들 결혼 때는 총무팀에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난리가 났다”고 귀띔했다.

직장갑질119는 보고서에서 회사 회장이 명절에 가족여행을 떠나 별장이 빈다며 닭 사료와 개 사료를 주라고 지시한 사례도 소개했다.

“회사에 여사원 딸랑 4명 있는데 2명은 사장 가족이라 안 시키고 여사원 2명에게 김장하라고 시킨다. 김치를 나눠 주는 것도 아니다.”

“집에서 안 하는 김장을 어린이집에서 한다고 허리가 나갈 것 같다.”

골프장 캐디로 자신을 소개한 C씨는 “무보수로 회사에 헌신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회장님은 ‘대가리에 X만 찬 X들’ 등으로 부른다”며 “골프장 캐디는 평균 나이가 45세가 넘은 어머님들”이라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제보 내용을 고용노동부와 언론에 알릴 계획”이라며 “직장갑질119는 직장갑질이 해소되는 날까지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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