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연합노조 조합원들이 6일 오후 서울 강동구 세스코 본사 앞에서 노조탄압을 규탄하고 처우개선을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오늘 이 시간 이후부터는 회사에 충분한 압박이 될 수 있는 단체행동을 합법적으로 해 나가겠습니다.”

고영민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장이 조합원 300여명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때로 “맞다” “옳소” 같은 추임새로 동의를 표했다.

6일 오후 세스코지부가 올해 2월 노조 설립 뒤 첫 파업을 했다. 서울 강동구 세스코 본사 앞 도로변에서 열린 ‘노조박멸 세스코 규탄 임·단협 쟁취 결의대회’에 조합원 100여명이 모였다. 주훈 노조 조직국장은 “전면파업은 자제하고 있어 간부를 중심으로 일부 조합원들만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간부 200여명이 함께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이날 차가운 도로변 위에 은박지 장판을 깔고 앉아 "처우개선안을 담은 단체협약을 체결하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마스크와 모자, 귀마개를 낀 조합원들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장갑을 끼고 손난로를 들었다.

“노정교섭에서 세스코 문제 제기할 것”

조합원들은 집회에서 “세스코는 노동자들이 번 돈을 엉뚱한 곳에 쓰지 말고 직원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외쳤다. 김성환 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세스코 매출액이 2천118억원이라는 기사를 봤다”며 “1인당 월 500만원을 벌었다는 말인데 직원에게는 그만큼 돈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세스코가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조은노무법인에 법적 자문을 위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주는 돈은 아까워하면서 대형 법률사무소 변호사 임금은 아깝지 않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민주연합노조는 전국 지자체 노동자인데 지자체 사업장마다 세스코 마크가 있다”며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것과 관련해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악덕기업이나 노조탄압 기업과 계약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고영민 지부장은 “급여가 적어 아들 통장까지 깨 먹고 결국 적금까지 깬 조합원도 있다”며 “정상적인 회사라면 조금씩 저축을 늘려 가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라고 호소했다. 고 지부장은 "세스코는 사람 중심 경영을 해야 한다"며 "노조가 회사를 긍정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공동위원장은 “적폐기업은 청산하고 공공기관이 나서 관리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차원에서 노정교섭이 열리면 세스코 문제를 반드시 언급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급여 140만원, 겨우 먹고살아요”

조합원들은 "세스코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파업을 하고 지역에서 올라왔다는 30대 조합원은 “회사 3년차인데 세금을 떼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은 월 140만에서 160만원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혼자 사는데도 이 급여로는 생활이 어렵다”며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데 가족이 있는 분들은 더 빠듯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지역에서 올라온 40대 조합원은 “같은 일을 하는 남편은 6년차인데 월 180만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는 “해충박멸 서비스를 하는 직원인데 영업에다 회원 미수금 관리까지 한다”며 “회사가 영업·회원관리를 평가에 반영하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노사는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여섯 차례 임금·단체교섭을 했다. 노사가 마지막으로 교섭한 지난달 24일 회사는 단체협약안을 내놓았다. 회사는 단체협약안에 “파트장급 이상의 관리감독자, 기획·회사정책 및 방침 결정 업무 종사자는 조합원의 자격과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했다. “화학물질(약제·약품 등) 및 유해물질 취급자는 필수유지업무 협정근로자로서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다”는 내용도 담았다.

'근로시간' 부분은 비어 있었다. 주훈 조직국장은 “노조 가입 범위를 회사가 자의로 정했다”며 “회사 안은 노조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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