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노련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기동민·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후 서울여의도 한국노총회관 대회의실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실태조사 발표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은영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감염관리 취약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시행한 지 만 2년이 지나도록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고된 노동과 낮은 처우로 인해 노동자들이 통합서비스 참여를 기피하면서 인력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서비스 정착·확산을 위해 인력확충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서비스 포기 병원 계속 발생

의료산업노련(위원장 이수진)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기동민·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올바른 제도 확산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입원 환자를 보호자가 아닌 병원에서 돌봐주는 서비스다.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를 돌보러 가족과 간병인이 병원을 드나들면서 감염이 확산됐는데, 그 대책으로 본격 도입됐다. 이달 말이면 시행 만 2년이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374곳, 2만5천여 병상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병상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병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수급이 불안정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의료기관도 발생하고 있다. 2020년까지 모든 병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던 정부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통합서비스 현장의 노동실태는 실제 어떨까. 연맹은 9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13개 병원의 관리자와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조사에 431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일반병동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9.2시간인 데 반해 통합서비스병동은 43시간이었다. 3교대 근무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직장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책임감은 높았지만 휴게시간 부족과 육체피로를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업무와 책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질문의 평균 점수는 4.11점이었다. 반면 "육체적 부담이 크지 않다"와 "휴게시간에 만족한다"는 질문의 답변은 각각 2.27점과 2.20점으로 낮았다.

노동자 10명 중 7명 "힘들어도 계속 근무"
인력 확충·정규직 고용 필요


고된 노동을 호소하면서도 통합서비스병동에 계속 근무하겠다는 응답은 70.9%로 높았다. 근무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29.1%)의 2배를 웃돈다. 이 같은 조사자료를 발표한 이루 의료산업노련 정책실장은 "조사 결과 통합서비스병동 노동자는 식사시간·휴게시간을 포함해도 하루 20분도 되지 않는 환경 속에 일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70%가 넘는 노동자들이 계속 근무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까닭은 일반병동 근무가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통합서비스 확산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중등도와 진료과를 고려한 인력기준 조정 △노동환경 개선과 인력기준 상향 △간호조무사 인력 증원 △정규직 채용 의무 △재원(입원) 일수·서비스 대상 선정 기준 원칙 마련을 제시했다. 그는 "서비스 전면 확대 정책 후 2년 동안 경험한 시행착오와 성과를 바탕으로 올바른 제도 확산을 위한 정부와 관계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도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인 간호사 인력수급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통합서비스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병원인력 확충은 필수고, 노동환경 또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현장 병원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채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정경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서순림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전동환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조정실장·고영 국민건강보험공단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추진단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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