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맹
한국마사회 마필관리사의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합의안이 도출됐다.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가 “X같은 마사회”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지 6개월여 만이다. 마사회 3개(서울·부산경남·제주) 경마장 가운데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개별고용하는 부산경남·제주 경마장에 조교사협회를 설립해 협회가 집단고용을 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계·마사회·전문가로 구성된 말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는 6일 오전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조교사협회 가입 여부 따라 마사대부 평가점수 차등

고용을 보장하는 방식은 현재 서울경마장이 시행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조교사협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경마시행규정에 조교사협회의 말관리사에 대한 고용주체성을 명시한다. 협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설립한다. 내년 3월 중 농식품부 승인을 받아 협회 설립을 완료하고 경마시행규정을 개정한다.

조교사들의 협회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마사회는 마사대부 평가시 가점을 준다. 내년 3~12월까지 가입시기에 따라 1~5점을 차등해서 부여한다. 조교사협회를 탈퇴하거나 2019년 이후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조교사는 5점을 감점한다. 마사대부 평가점수에 따라 조교사들이 마사회로부터 빌릴 수 있는 마방 개수가 달라진다.

말 관계자 협의기구도 운영한다. 마사회는 경마장별 마주협회·조교사협회·기수협회·말관리사노조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경마 관련 실무 현안을 협의한다. 그동안 마사회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그대로 따르는 구조에서 마필관리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이다.

합의안 추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협의위원 6명과 농식품부·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추진점검단을 구성한다. 추진점검단은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마필관리사를 포함해 협회 고용전환 시기까지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협의체는 이 같은 합의 내용에 대한 노조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이달 안에 협약식을 개최한다.

“경쟁시스템 확대 제동”

마필관리사들은 개인마주제가 시행된 1993년 이후 개인마주와 위탁계약을 맺은 조교사에게 고용됐다. 마필관리사들은 조교사 개별고용으로 고용불안과 임금 불안정성을 호소했다. 올해 5월27일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죽음 이후 노동계와 마사회는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 구성을 논의했지만 7월30일 최종 결렬됐고 이틀 뒤인 8월1일 같은 경마장 이현준 마필관리사가 또다시 목숨을 끊었다.

노동계(2명)·마사회(2명)·외부 전문가(2명)가 참여하는 말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는 9월8일 첫 회의를 열고 이날까지 13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마사회가 선진경마시스템이라는 명목으로 기형적 고용구조 속에서 경쟁성 상금 비율 확대를 통한 경쟁 심화를 강요해 왔는데 이번 합의가 그 흐름을 중단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마필관리사 노동환경 개선과 마사회 경마정책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개인마주제인 상황에서 법·제도적 한계 때문에 직접고용을 관철하지 못해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조교사협회 고용은 개별고용 문제를 상쇄할 수 있는 차선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조교사협회 고용이 제대로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마사회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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