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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후보를 찍을까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달 30일부터 민주노총 임원선거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6일까지인데, 낮은 투표율에 선거가 무산될까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9기 12대 임원 선출을 위한 조합원 직선제 투표가 3일 오전 10%에 미치지 못하는 투표 결과가 나오자 민주노총은 4일 긴급 선거관리위원회와 산별대표자회의를 열어 투표율 제고방안을 모색하고, 조합원들에게 ‘모바일투표 긴급 안내’를 공지했다.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으로 구성된 4개 후보조가 출마하고서 선거운동을 해 왔다.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의 투표율이 나와야 과반 득표자가 없어도 결선투표로 위원장 등 임원을 선출할 수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 40만명 이상이 모바일·자동응답전화(ARS)·현장투표 등의 방법으로 투표해야 한다.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 선거 담당자들을 비롯한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투표 마감을 하루 앞둔 오늘은 조합원들이 ‘어떤 후보를 찍을 것인지’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어떤 후보든 찍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생뚱맞게도 ‘어떤 후보를 찍을까’ 하고 후보들의 정책자료집을 읽고, 합동토론회 기사를 읽어 봤다.

2. 2017년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부터 30년이고, 1995년 민주노총 설립으로부터 22년이다. 이 나라에서 다시금 본격적으로 전개된 민주노조운동도 어느새 한 세대를 지나왔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2천여명에 이르는 구속자와 5천여명이 넘는 해고자를 낳는 등 온갖 탄압 속에서도 조직을 확대 발전시켜 왔”고, 전노협 등 “전국적 공동 임투와 노동법 개정투쟁, 사회개혁투쟁 등을 전개하면서 통일 단결을 강화”해서 건설했던 민주노총은, “생산의 주역이며 사회개혁과 역사발전의 원동력인 우리들 노동자”가 “오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전국중앙조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창립을 선언한다”며 창립선언문에서 자신의 역사를 당당히 밝혔다. 이렇게 “자본과 권력의 어떠한 탄압과 방해에도 굴하지 않”는 투쟁의 건설사를 썼던 민주노총이었다. 권력과 자본이 보장하고 제공하는 합법과 안락의 길을 따라 걷지 않고 노동의 분노와 열정으로 건설했던 민주노조운동의 전국중앙조직이 오늘은 임원선거 무산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니, 창립선언문이 혈기왕성하다며 낯설게 읽힐 지경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걸 부정하고서는 이 나라에서 민주노총이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일 테니 말이다. 반드시 ‘민주’라는 간판을 한 노조운동이어야 한다고, 민주노총은 창립선언하고서 설립됐던 것이니 말이다.



3. 사회적 대화, 이번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후보들 사이에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선거 쟁점이다. 촛불혁명의 계승자라고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는 겨우내 박근혜 정권 심판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함께했던 것처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에 적극 참여해서 이 나라에서 각종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하자고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에 요청해 왔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권 말기에 노사정위에서 탈퇴를 선언하고서 참여하지 않았던 한국노총은 최근에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만찬 불참 소동까지 있던 터라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에 관심이 높은 상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70%를 넘는 고공지지율을 보이고, 노동개혁에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으며, 노사정위에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던 문성현을 임명해 놓고서 계속해서 민주노총의 참여를 호소해 대고 있으니 촛불시민으로 참석했던 이 나라 국민조차 민주노총이 기득권집단으로서 비정규직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소극적이라고 여기게 될지 모를 지경이다. 그래서 이번 민주노총 임원선거의 주된 쟁점은 사회적 대화인 것이다.

1번 후보조(위원장 후보 김명환)는 “문재인 정부와 완강하게 투쟁하고 당당하게 대화하는 민주노총”을 공약하고서 “교섭과 투쟁 병행”으로 “노동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정책자료집에서 밝혔는데, 합동토론회에서 노사정위를 빼고,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하는 신8자 회의를 새로운 대화기구로 제시했다(매일노동뉴스 11월27일자). 현 노사정위가 아니라 대통령, 노동계 2명, 재계 2명, 정부 2명, 국회 대표 등 8명이 참여하는 ‘신8자 회의’를 통해서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2번 후보조(위원장 후보 이호동)는 “사회적 대화로 자본과 정권이 원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분열과 약화”이고,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의 힘이 있을 때만 정권과의 대등한 교섭도 가능하다”고 한 후 “사회적 합의주의는 배신, 타락과 부패, 출세주의의 다른 이름”이라고 정책공약집에서 밝혔는데, 합동토론회에서 노사정위 폐지와 노정교섭을 요구했다(매일노동뉴스 11월27일자). 3번 후보조(위원장 후보 윤해모)는 “노정교섭 활성화, 노사정위 참여를 통한 노동정책 주도”를 공약하며 적극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주도하겠다”고 정책자료집에서 밝혔는데, 합동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노조하기 좋아졌고, 노조활동 폭이 넓어졌다”며 “현재 구조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서 “주도적으로 노동의제를 설정해 민주노총 현안을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매일노동뉴스 11월27일자). 4번 후보조(위원장 후보 조상수)는 사회적 대화 출발로서 “노정교섭 정례화, 사안별 노사정 대화”, 그리고 “현행 노사정위 폐기,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논의 개입”을 정책자료집에서 밝혔는데, 합동토론회에서도 기존 노사정위를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논의에 민주노총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노동시간단축같이 시급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의제에 대해선 사안별 노사정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매일노동뉴스 11월27일자).

먼저 노사정위 참여 여부를 두고서는 3번 후보조만 적극적인 참여를 밝혔지만, 나머지 후보조들은 불참을 공약하고 있다. 이에 따른다면 3번 후보조가 당선된다면 대의원대회 등 민주노총 내부 절차를 거친다면 한국노총과 함께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의원대회 등 내부 의결절차가 만만치 않을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위 공약을 꼼꼼히 읽어보면 나머지 후보조들이라고 해서 노정교섭 등 노동정책을 위한 대화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 대화에 가장 부정적인 2번 후보조조차도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의 힘이 있을 때만, 정권과의 대등한 교섭도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노정 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노정교섭 내지 노정 대화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조가 말하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다른 것일까. 노사정위 참여를 두고서는 3번과 나머지로 구분되는데, 그것만으로 ‘누구를 찍을까’라는 조합원의 고민에 충분히 답했다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약집인 정책자료집과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노사정위든 노정대화든 거기서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서 총파업 등 투쟁을 말하지 않는 후보조는 없으니 말이다.



4. 1995년 11월11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으로 결집한 우리는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조건 확보, 노동기본권 쟁취, 노동현장의 비민주적 요소 척결, 산업재해 추방과 남녀평등 실현을 위해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고, “사회의 민주적 개혁을 통해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함과 더불어 조국의 자주·민주·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가열찬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이와 함께 우리는 국경을 넘어서서 전 세계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하고 침략전쟁과 핵무기 종식을 통한 세계평화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창립선언문에서 선언했다. 사회와 조국, 세계를 위한 투쟁 약속을 제외하고서 보더라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창립선언문의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서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할 일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아직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에게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조건의 확보, 노동기본권의 쟁취, 노동현장의 비민주적 요소 척결, 산업재해 추방과 남녀평등의 실현은 과제로 남아있으니 말이다. 결국 민주노총의 위원장 등 임원이 되고자 하는 이는 이러한 노동의 과제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하고서 조합원들에게 자신을 찍어 달라고 호소하는 임원선거라야 한다. 그래야 민주노총은 적어도 창립선언문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창립선언문에서는 “이러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조직의 확대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산업별 공동투쟁과 통일투쟁에 기초하여 산업별노조에 기초한 전국중앙조직으로 발전할 것이”고, “우리는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자주성과 조합 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전체 노동조합운동의 통일 단결을 위해 매진할 것이며, 제 민주세력과 연대하여 정치세력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노사정 대화, 노정 대화에 아무 말 않고도 민주노총은 이 나라와 세계를 향해 자신의 할 일을 선언하였던 것이다. 현재 노사정위는 대통령 소속의 자문기구이고, 이와 별개인 노정 대화기구는 그 합의사항을 정부를 강제할 수 있는 기구는 아닐 테니 역시 자문기구를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비정규직 등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조직의 확대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고, “산업별 공동투쟁과 통일투쟁에 기초해 산업별노조에 기초한 전국중앙조직으로 발전”해야 하는 오늘 민주노총은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자주성과 조합 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전체 노동조합운동의 통일 단결을 위해 매진”하는 데 방해가 되는지 아닌지로 사회적 대화를 바라보면 된다고 자신의 창립선언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렇게 자신이 다짐했던 실천 과제로 보자면 오늘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의 논쟁은 자꾸만 작아 보인다. ‘어떤 후보를 찍을까’라고 80만 조합원들이 궁금해하는 임원선거로 될 수 있게 후보들의 공약과 선거운동이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후보들 간 크게 논쟁이 되고 있는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공약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겐 결코 크게 보이지 않는 것, 아닐까.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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