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제주 특성화고 졸업반 이민호(18)군이 음료공장 현장실습 과정에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논란이 되는 가운데 지난 16일 안산 반월공단 플라스틱 제조공장 옥상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스스로 투신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담임교사는 해당 학생이 투신하기 20여분 전 전화를 걸어와 “선임에게 욕설을 들어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증언했다.

자세한 경위는 조사가 필요하겠으나 올해 초 전주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학생이 실적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대비된다. 당시 피해자는 전공과 무관한 콜센터 업무에 배치되고, 경력자들도 기피하는 소위 욕바가지 부서인 ‘해지방어 부서’에서 일하며 심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겼다. 지난해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 피해자인 김군 또한 고교 현장실습생 출신이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비극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정부의 연이은 대책은 무용지물이다. 2011년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발생한 현장실습 사건을 기점으로 정부는 2012년 4월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 2013년 8월 학생안전과 학습중심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을 연달아 발표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정부 대책에도 현장실습 환경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다수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소년유니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7%가 현장실습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부당대우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대우 유형은 임금체불(34.7%), 과로·야근(33.7%) 등이 다수였다. 부당대우를 경험한 청소년의 71.8%는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업체나 학교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부당대우를 참지 못하고 현장실습을 중단한 학생 19명 중 17명은 학교에서 징계 등의 불이익 처분을 받았다. 12명은 새로운 취업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직업세계 이해와 직업훈련 경험을 제공한다는 미명으로 추진되는 현장실습이 저임금·장시간 노동 강요와 당사자 거부권조차 용인되지 않는 실태로 점철돼 있는 것이다.

교육부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1일 현재 특성화고 학생 4만4천600여명이 산업체 3만1천400여곳에서 실습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상의 사례와 조사 등에 따르면 현장실습생 안전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각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기존 정부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개선방안을 조속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보다 한발 나아가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신창현 의원은 현장실습생을 근로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호하는 것을 명문화하고 사업주 관리·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직업교육훈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얼마 전 출범한 특성화고 권리연합회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 상시적인 컨트롤타워 설치 △현장실습에 대한 학생 선택권 인정 △현장실습을 포함한 청소년 노동 권익을 보호하는 ‘청소년 노동보호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수많은 청소년들을 위험과 부당한 현실로 내몰고 있는 현장실습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 사회적 합의가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반짝 대책들이 제시됐지만 얼마 안 가 사그라진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과감한 대책을 선도하는 정부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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