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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시린
   
집 짓는 현장에서 미장일했던 아버지는 겨울이면 집에서 소일하며 지냈다. 일감이 없다고, 추운 날엔 시멘트가 잘 굳지 않아서라고 얼핏 들었다. 손 굳을까 걱정 많던 당신은 쉬질 않고 이것저것 만들고 집구석을 고치느라 바빴다. 노느라 종일 밖에서 바빴던 내가 손 빨간 채 돌아오면 아버지는 석유곤로 심지 통을 슬쩍 들어 불을 올렸다. 둘러앉아 손을 녹였다. 석유 냄새였는지, 소주 냄새였는지가 확 풍겨 왔다. 그 겨울 곤로 앞에서 나는 한글을 배웠다. 공장에서 돌아와 아랫목에서 가계부 적던 어머니 표정이 자주 어두웠다. 날이 좀 풀리자 아버지는 새벽같이 연장 가방 챙겨 일 나갔다. 그 저녁 밥상엔 소시지가 올라왔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팔자라고 아버지는 푸념했다. 술 냄새가 진했다. 약 드시는 거라고, 잔 비는지를 살피던 형이 말해 줬다. 좋은 거 가르친다고 어머니가 타박했다. 이제는 늙고 병들어 아버지는 시골집 밭에서 소일한다. 뜨거운 것도 막 집던 그 거친 손도 시린지 자꾸만 난로에 손 뻗어 녹인다. 시멘트 독 때문에 쩍쩍 갈라졌다는 그 손에 주름골 깊어 더욱 볼품없었다. 올겨울 비닐하우스 난로 옆에서 나는 늙은 아버지를 눈에 새긴다. 추운데 밖에서 일하느라 고생이라고, 밥 잘 챙겨 먹고 다니라는 잔소리가 반가웠다. 건설노조 파업집회 무대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전기난로 앞에서 언 손을 녹이고 있다. 임금체불을 막고 투명한 건설현장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 법안 처리는 무산됐다. 노동자들은 한강 다리로 행진했다.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불법집회 욕을 먹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노조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빈손 시린 겨울이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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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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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 2017-12-01 10:10:54

    길이 막힌다며 항의하는 행인들에게 욕설하고, 노상방뇨를 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그러신적은 없는데 조작기사가 나간건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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