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3-29 빈손 시린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빈손 시린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17.12.01 08:00 댓글 1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집 짓는 현장에서 미장일했던 아버지는 겨울이면 집에서 소일하며 지냈다. 일감이 없다고, 추운 날엔 시멘트가 잘 굳지 않아서라고 얼핏 들었다. 손 굳을까 걱정 많던 당신은 쉬질 않고 이것저것 만들고 집구석을 고치느라 바빴다. 노느라 종일 밖에서 바빴던 내가 손 빨간 채 돌아오면 아버지는 석유곤로 심지 통을 슬쩍 들어 불을 올렸다. 둘러앉아 손을 녹였다. 석유 냄새였는지, 소주 냄새였는지가 확 풍겨 왔다. 그 겨울 곤로 앞에서 나는 한글을 배웠다. 공장에서 돌아와 아랫목에서 가계부 적던 어머니 표정이 자주 어두웠다. 날이 좀 풀리자 아버지는 새벽같이 연장 가방 챙겨 일 나갔다. 그 저녁 밥상엔 소시지가 올라왔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팔자라고 아버지는 푸념했다. 술 냄새가 진했다. 약 드시는 거라고, 잔 비는지를 살피던 형이 말해 줬다. 좋은 거 가르친다고 어머니가 타박했다. 이제는 늙고 병들어 아버지는 시골집 밭에서 소일한다. 뜨거운 것도 막 집던 그 거친 손도 시린지 자꾸만 난로에 손 뻗어 녹인다. 시멘트 독 때문에 쩍쩍 갈라졌다는 그 손에 주름골 깊어 더욱 볼품없었다. 올겨울 비닐하우스 난로 옆에서 나는 늙은 아버지를 눈에 새긴다. 추운데 밖에서 일하느라 고생이라고, 밥 잘 챙겨 먹고 다니라는 잔소리가 반가웠다. 건설노조 파업집회 무대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전기난로 앞에서 언 손을 녹이고 있다. 임금체불을 막고 투명한 건설현장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 법안 처리는 무산됐다. 노동자들은 한강 다리로 행진했다.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불법집회 욕을 먹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노조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빈손 시린 겨울이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1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김현 2017-12-01 10:10:54 더보기 삭제하기 길이 막힌다며 항의하는 행인들에게 욕설하고, 노상방뇨를 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그러신적은 없는데 조작기사가 나간건가요?
집 짓는 현장에서 미장일했던 아버지는 겨울이면 집에서 소일하며 지냈다. 일감이 없다고, 추운 날엔 시멘트가 잘 굳지 않아서라고 얼핏 들었다. 손 굳을까 걱정 많던 당신은 쉬질 않고 이것저것 만들고 집구석을 고치느라 바빴다. 노느라 종일 밖에서 바빴던 내가 손 빨간 채 돌아오면 아버지는 석유곤로 심지 통을 슬쩍 들어 불을 올렸다. 둘러앉아 손을 녹였다. 석유 냄새였는지, 소주 냄새였는지가 확 풍겨 왔다. 그 겨울 곤로 앞에서 나는 한글을 배웠다. 공장에서 돌아와 아랫목에서 가계부 적던 어머니 표정이 자주 어두웠다. 날이 좀 풀리자 아버지는 새벽같이 연장 가방 챙겨 일 나갔다. 그 저녁 밥상엔 소시지가 올라왔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팔자라고 아버지는 푸념했다. 술 냄새가 진했다. 약 드시는 거라고, 잔 비는지를 살피던 형이 말해 줬다. 좋은 거 가르친다고 어머니가 타박했다. 이제는 늙고 병들어 아버지는 시골집 밭에서 소일한다. 뜨거운 것도 막 집던 그 거친 손도 시린지 자꾸만 난로에 손 뻗어 녹인다. 시멘트 독 때문에 쩍쩍 갈라졌다는 그 손에 주름골 깊어 더욱 볼품없었다. 올겨울 비닐하우스 난로 옆에서 나는 늙은 아버지를 눈에 새긴다. 추운데 밖에서 일하느라 고생이라고, 밥 잘 챙겨 먹고 다니라는 잔소리가 반가웠다. 건설노조 파업집회 무대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전기난로 앞에서 언 손을 녹이고 있다. 임금체불을 막고 투명한 건설현장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 법안 처리는 무산됐다. 노동자들은 한강 다리로 행진했다.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불법집회 욕을 먹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노조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빈손 시린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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