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처럼 꼬인 일을 풀려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단순하고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격언이지만 문제는 실행이다. 대개 “한꺼번에 처리해야 뒤탈이 없다”고 해석하고 실행한다. 당사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설 때 이런 방식을 택한다. 이른바 ‘일괄 타결식’ 해법이다. 이런 합의는 강한 반발을 부른다. 주고받는 합의로 귀결되는 탓이다. 애초 의도는 사라지고 후유증만 남는다.

예컨대 지난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 회의가 그랬다. 당시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위원들은 여야 간사단이 마련한 근로기준법 개정 합의안을 논의하려 했다. 하지만 안건 순서조차 정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여야 간사단이 호기롭게 마련한 잠정합의안은 동료 의원뿐 아니라 노동계 반발까지 불렀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던 환노위는 여당 원내대표가 나서면서 가까스로 갈등이 진정됐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법안 숙려기간을 요청해서다.

물론 여야 간사단 의도는 좋았다. 국회 차원에서 노동시간 단축법 논의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적어도 법원 판결만 마냥 기다리던 국회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 하지만 간사단이 마련한 합의안 내용은 아쉬운 대목이 많다. 현행 고용노동부 행정해석대로라면 법정근로시간이 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주 52시간임에도 주 68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간사단은 2018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기업규모별로 3단계로 나눠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에 합의했다. 휴일·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 금지(현행 150% 유지)도 포함됐다. 이런 내용을 합의로 처리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대법원은 내년 1월15일 휴일·연장근로와 관련해 공개변론을 예고했다. 그간 고등법원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되 휴일근로수당을 중복해서 할증하도록 판결했다. 때문에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에 앞서 이뤄진 환노위 여야 간사단 합의가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 주장은 일리가 있다. 노사가 첨예하게 맞선 휴일·연장근로수당 할증문제는 법원 결정이 내려진 후 국회가 나서는 것이 옳다. 쟁점법안에 대해 환노위가 일정 기간 숙고하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급하게 심의하게 해야 할 다른 법안이 적지 않다.

그런데 휴일·연장근로 관련 노동시간단축 법안 논의가 사그라들자 환노위 위원들은 나머지 법안 심의마저 미뤄 버렸다. 특히 근로시간 특례제도 개선은 휴일·연장근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묶이면서 심의가 연기됐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안도 상정됐지만 유야무야됐다. 환노위 위원들이 법안 심의를 일괄타결 식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일·연장근로 관련 쟁점에서 막히다 보니 환노위는 자연스레 개점휴업 분위기다.

환노위 위원들이 근로시간 특례조차 심의하지 않은 것은 매우 비상식적인 태도다. 근로시간 특례는 근기법 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와 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해당 업종에는 주 12시간 한도인 연장근로를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4시간 근무에 최소 30분, 8시간 근무에 최소 1시간조차 쉬지 못한다. 통신·의료·광고·운수 등 26개 업종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특례 적용을 받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버스운전 노동자의 졸음운전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야 간사단은 근로시간 특례와 관련해 10개 업종으로 축소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게다가 환경노동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은 건설노동자 체불임금 근절과 턱없이 낮은 퇴직공제부금 인상방안을 담고 있다. 건설기계 운전기사가 공제회에 당연가입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동자에게 너무나 절실한 법안들이다.

환노위 위원들은 일괄타결 식으로 접근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꼬인 실타래는 한 번에 풀기 어렵다. 한꺼번에 처리하려는 것은 오만일 수 있다. 하나씩 해결해야 뒤탈이 없다. 국회는 근로시간 특례 개선과 건설근로자법 개정안부터 심의해야 한다. 환노위 위원들이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법안부터 처리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