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당일 회의장에서 임원 입후보자를 추천하고 단독 후보면 거수로 과반을 묻는 희한한 곳이 있다. 선거 당일까지 어떤 사람이 후보자가 될지 모른다. 하마평은 무성하지만 누가 낙점될지는 극소수만 안다. 검증시스템은 당연히 없다. 노동자들은 ‘회장 승인’을 받아야 오를 수 있는 정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투표권도 없다. 산업현장 안전진단과 안전점검·컨설팅을 맡고 있는 대한산업안전협회 이야기다.

“총회 전 후보자 소문만 무성”

대한산업안전협회노조(위원장 정연수)가 30일 “협회 회장을 3년마다 선출하지만 어떠한 검증시스템도 없다”며 “매번 총회 당일 즉석에서 후보를 추천해 재청받는 방식으로 선출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임원선출규정이 있지만 허술한 탓에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라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고, 제대로 된 후보 검증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협회에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6일 총회를 열어 회장을 뽑는다. 노조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선거는 단 한 번도 경선으로 치러진 적이 없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네 차례 선거(보궐선거 포함) 모두 총회 당일 후보가 추천됐고 단독후보라는 이유로 거수로 찬반을 물었다.

협회 임원선출규정은 “임원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자는 선거 당일 회의장에서 회원의 추천과 동의 및 재청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출방식은 직접·비밀·무기명 투표가 원칙이다. 그런데 "단독 입후보의 경우 기립 또는 거수 방법으로 회원 과반수 찬성을 얻어 선출할 수 있다"는 대목이 있다.

노조는 허술한 임원선출규정을 지목했다. 정연수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총회 전에 후보 등록기간을 두고 후보에 대한 내부 검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도 총회 당일 회의장에서 후보를 추천하는 규정으로 인해 총회 당일까지 어떤 사람이 차기 회장에 나온다는 소문만 있을 뿐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임원추천위 구성을 요구했지만 협회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총회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도 임원추천위 구성은 물론이고 어떤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안전관리사인 직원에게 투표권 줘야”

노조는 협회를 대표하는 임원선거인데도 노동자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총회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의결권을 가지는 사람은 정회원으로 한정된다. 정회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안전관리자와 본회의 임원·감사실장·본부장·지회장·산하기관장 등으로 회장 승인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정연수 위원장은 “안전관리자가 아니면 협회 입사 자체가 불가하다”며 “협회는 정관에서 ‘안전관리자이면서 회장의 승인을 받은 사람’으로 이중 장치를 두고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장식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직원인 경우 정회원 자격이 배제되는지 여부”를 묻는 노조 질의에 “협회 직원인 안전관리사도 정관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사에 해당한다”며 “정관에 명시된 ‘협회 임원·감사실장·본부장·지회장·산하기관장의 정회원 자격 인정’이 직원인 안전관리사의 정회원 자격을 배제하는 규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협회는 빠른 시일 내에 임원추천위를 구성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임원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직원인 안전관리사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 노동자 스스로 우리의 대표를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협회 관계자는 노조 문제제기에 대해 “임원선출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기립 또는 거수 방법은 단독 후보일 때 선출방법 중 하나일 뿐 다수 후보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8월 이사회에서 임원선출규정 개정을 논의했고, 향후 임원추천위 구성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들에 대한 임원 투표권 부여와 관련해서는 “산업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안전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에게 정회원 자격을 부여한다”며 “다른 협회 역시 회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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