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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엔 2018년이 본판이다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노동운동에는 올해보다도 내년이 더 ‘격동’일 것 같다. 노동운동이 주장하고,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노동의제 대부분이 내년에 시행되기 때문이다. 위기에 기회가 오듯, 기회인 듯 보이는 시기에 위기가 찾아온다. 내년이 그럴 것 같다.

첫째, 최저임금이 연말연시부터 노사 갈등 최전선에 선다. 보수언론들은 벌써부터 7천530원 탓에 자영업자가 사업을 포기하고, 기업들이 해외로 떠난다고 난리다. 기업단체들은 산입범위 조정과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며 ‘최저임금 조삼모사법’을 만들자고 캠페인 중이다. 2019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내년 6월 말까지 이런 갈등이 계속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은 최저임금을 ‘사회적 규범’으로 지금까지 제기했다. 경제적 문제 이전에 노동자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사용자 의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쪽은 이 사회적 규범이 더 큰 공동체의 규범-공리(公利)와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탓에 고용을 줄이면 결국 최저임금 노동자도, 국민경제 전체도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만약 진보진영이 똑같은 논리를 이어 간다면, 내년에는 최저임금 요구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구조적인 장기저성장 상태기 때문이다. 수출산업에서 내수로의 낙수효과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수침체와 자영업·중소기업 저생산성 문제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인한 긍정적 신호보단 3% 미만 저성장의 부정적 신호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의 새로운 논리와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이 내년 상반기에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무엇인지부터 경영 수익성 문제, 기존 정규직 노조의 반발까지 비정규직 체제의 모순들이 일시에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노동자의 단결력이다.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기업과 싸우는 것은 몸은 고돼도 전선은 분명하다. 그런데 인천공항공사 사례처럼 여기에 정규직 노조가 회사 편에 서면 전선이 교란된다. ‘노노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정부도, 공사도 모두 책임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

내년 민주노총 운동의 성패는 정규직-비정규직 단결 프로그램을 만드는 능력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따져 보면 노동운동의 역량이란 다양한 노동자 집단을 단결하게 만드는 능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 경로와 일부 정규직 노동자의 왜곡된 차별의식을 차근차근 조정해 나가야 한다. 원칙이나 정면돌파를 앞세워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려 들면 안 된다.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을 최우선 전략으로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셋째, 노사정위 참여 및 개편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을 것이다. 올해 청와대 간담회를 거부했다 된통 홍역을 치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민주노총의 대정부 전략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슈다. 우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민주노총이 일관된 대정부 전략을 갖추지 못해 겪었던 혼란과 상처를 생각해 봐야 한다. 보수정권 10년의 대정부 전략과는 차원이 다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정부 전략에서 민주노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도대체 총노동을 대표해 제기할 요구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현재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든, 개편된 사회적 대화기구든, 노정 직접교섭이든 교섭형태가 중요한 게 아니다.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이 ‘귀족’으로 불리는 시대에, 임원 구성부터 조합원 구성까지 이들이 주류인 민주노총이 정부와 사용자단체를 앞에 두고 총노동을 무엇으로 어떻게 대표할지가 관건이다. 총고용 보장, 비정규직 철폐, 임금 인상,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의 당위적 과제들을 앞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점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내년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 문제를 결정하기 이전에 스스로의 요구안부터 가다듬고, 사회적으로 제기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넷째, 개헌과 노동법 개정이 민주노총의 당면 과제로 연말 연초에 놓여 있다. 주 52시간 법제화 문제는 올해도 한바탕 난리가 났지만 여야, 노사 모두 첨예하게 갈등 중인 사안이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지만, 현재 상태의 국회라면 협약 비준 이후 관련 국내법 처리에 엄청난 원내외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정의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개헌 국면에서 노동헌법을 제기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미흡하다.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는 정도는 개헌안에 포함될 수도 있겠지만, 지대 추구적 행동이 일반화된 한국 사회에서 노동권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에는 내용이 한참 모자라다. 민주노총은 개헌과 노동법 개정에 관해 2020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 장기 전략을 갖춰야 한다. 또한 개헌·노동법 개정을 계기로 노동권을 근본적 권리로 사회에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불황산업의 고용문제가 내년 민주노총에 아주 중대한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량 절벽을 향해 가고 있는 건설업, 한국지엠 같은 외투기업 먹튀, 중소 조선소 구조조정 등이 조합원 고용불안을 크게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정책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폭넓게 접근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덥지 못하다. 직선 2기 민주노총은 고용보장과 함께 한국 사회의 산업발전 전략을 사회적으로 제기해야 할 것이다. 총고용 보장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긴 불황으로 “질긴 놈이 승리한다” 식 투쟁은 점점 더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단위 사업장의 고용관련 투쟁을 보다 사회적 차원에서 미래 지향적으로 제기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민주노총 임원선거 투표가 시작됐다. 2018년 새 집행부가 이상의 과제들을 잘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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