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추진하며 올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별로 구성된 탓에 같은 직종인데도 지자체장 의지에 따라 정규직화 여부가 엇갈린다. 정부가 나서 통일적인 정규직화를 강제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안 하거나 혹은 미루거나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 기간제 노동자가 지자체별로 정규직 전환 여부가 갈린 대표적인 사례다. 고용노동부는 7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9월에 이들을 정규직 전환 심의 대상에 포함하라는 지침을 추가로 내렸다. 그럼에도 지자체별 정규직 전환 여부는 제각각이다.

안양시는 지난달 31일 정규직 전환 심의위에서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 기간제 16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안양시청 도서관 관련 부서가 "도서관 기간제는 전환 제외 대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고 심의위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안양시 A도서관 관계자는 “전문성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 대신 신규 사서직원을 점진적으로 충원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심의위에 밝혔다”며 “도서관 업무는 장서구입과 정리, 대출반납, 문화행사 운영과 기획에 이르기까지 전문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올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다음 내년에 재검토하겠다는 지자체도 있다. 포항시는 이달 8일 심의위를 열어 도서관 기간제 12명을 내년 1월1일부터 시작되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 다시 심의위를 열어 전환 여부를 검토한다. 남양주시는 지난 6일 심의위에서 도서관 기간제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했다. 내년 상반기에 재논의한다. 반면 오산시는 이달 1일 심의위에서 내년 1월1일부터 도서관 기간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강력한 의지 표명하고 예산 책임져야” 

노동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린다. 중앙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기홍 평택안성지역노조 부위원장은 “지자체장 의지에 따라 정규직화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며 “지자체 관련 부서가 심의위에 어떤 의견을 올리느냐, 노조가 참여하고 있느냐도 전환 여부를 가르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동일업무에는 통일된 정규직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자체는 정규직화를 미루는 이유로 예산 문제를 지목했다. 포항시는 도서관 기간제를 비롯한 정규직 전환 심의 대상자 69명의 정규직 전환을 내년 상반기에 논의하겠다고 미루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포항시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처우개선을 요구할 텐데 정부가 그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정규직화에 필요한 예산이 명확하지 않아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차원에서 일부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을 미뤘다"고 말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지금도 지자체들은 기간제 근로조건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나 노동부 지침을 어기고 있다”며 “지자체들이 당연히 할 일조차 안 하면서 예산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규직화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지자체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다"며 "지자체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노동부는 지난달 25일 정규직 전환 예산과 관련해 “내년 정규직화에 쓰일 1천226억원은 기획재정부 예산에 반영돼 있다”며 “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은 내년에 교부금이 5조원 정도 늘어나므로 그중 일부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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