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단이 지난 23일 합의한 노동시간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여야가 한 발짝씩 양보한 결과다.

올해 9월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가 맞부딪친 쟁점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노동상한제 시행시기였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사업장 규모별로 △300인 이상은 2019년 △50~299인은 2021년 △5~49인은 2023년에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23일 합의안 시행시기는 2018년 7월, 2020년 1월, 2021년 7월이다. 자유한국당이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데 동의한 것이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휴일근무 중복할증 요구에서, 자유한국당은 특별연장근로 주 8시간 허용 주장에서 물러섰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26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휴일근무 중복할증은 무조건 안 된다는 상황에서 노동시간단축 시행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정착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수당보다는 휴식권”

한 의원은 특히 “대체적인 법원 판례와 다르게 휴일근무시 중복할증 수당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계 반발을 이해한다”면서도 “노동자들에게 수당보다는 휴식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그는 휴일근무를 한 노동자가 200%가 아닌 150% 할증된 수당을 받는 대신 대체휴가를 쓰도록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대체휴가는 사용하지 않아도 금전보상을 받지 못한다. 휴일근무수당이 장시간 노동을 유발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물론 여야 합의사항은 아니다.

한 의원은 조만간 구체적인 조문을 완성해 여야 의원을 설득할 예정이다. 그런데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동의조차 받기 힘들어 보인다.

“주 52시간과 중복할증은 한 몸”

간사단 합의안에 반발하고 있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시간단축 시행시기와 휴일근무 할증률 문제를 분리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지금 논의 중인 노동시간단축은 일주일을 7일로 보면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겠다는 취지다. 휴일근무를 하게 되면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모두 받아야 한다. 중복할증 200%가 적용되는 것이다. 휴일근무 중복할증을 인정한 판례도 같은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용득 의원이 대안으로 내놓은 방안은 한시적으로 면벌조항을 두는 것이다. 주 52시간 상한제를 곧바로 실시하되 사용자가 이를 어기더라도 사업장 규모별로 일정 기간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고, 휴일근무 중복할증은 곧바로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정부의 잘못된 행정해석 책임을 사용자에게 묻는 것은 지나치니까 형사처벌은 유예하고 민사책임은 그대로 부과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월 고용노동소위에서도 이 같은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처벌조항 시행시기만 유예하는 입법례는 찾기 어렵고 형법 일반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가 2011년 1월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제도를 시행하면서 종전 단체협약을 유효기간 동안 허용한 사례도 처벌조항을 유예한 것이라는 반론이 적지 않다.

김영주 장관 “행정해석 폐기하면 특례업종 축소해야”

정기국회나 연말 임시국회에서 근로기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는 노동부 행정해석 폐기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근로시간·휴게시간 특례업종을 축소(또는 폐기)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주 52시간 상한제와 특례업종 축소를 (세부내용을 주고받으면서) 일괄 합의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와 교통사고가 잇따르는데도 두 개를 패키지로 묶는 것은 치사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례업종을 축소해야 행정해석 폐기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23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행정해석을 폐기하면 노동시간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해 특례업종 노동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특례업종 축소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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