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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무료이용 비용 정부가 지원해야 ②] 법정 무상교통 부담 책임, 누가 져야 하는가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준) 정책위원장
   
▲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준) 정책위원장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국가유공자는 전국 철도·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논란은 거세다. 비용 문제 때문이다. 실제 철도·지하철 적자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다른 시각도 있다. 노인 자살률을 낮추는 등 사회경제적 편익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와 관련한 의견을 보내왔다.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공공서비스로서 교통요금은 시민의 사회적 기본권 보장이라는 측면과 서비스의 지속가능한 구조라는 양자의 측면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특히 현재 교통요금 결정 과정과 교통수단별 차이에도 불구하고 적용하고 있는 단일요금제는 교통요금의 사회적 가격이라는 속성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더구나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경전철 등 사업조차 협상 요금을 공적 보전이라는 방식으로 우회하지 않으면 경제성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구조다. 그런 점에서 교통요금을 단순히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이용자가 서비스를 유지하는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원론적인 타당성에도 현실에서는 성립되지 않는 가상의 원칙에 가깝다. 그렇다면 교통요금 문제는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그 면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법정 무상교통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교통요금 문제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현재 공공교통체계의 특징을 재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요금 의존형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기본적인 갈등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운영·지원하는 공공교통체계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재정적 수단이 ‘요금 수입’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정책적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요금 의존형 구조를 좀 더 살펴보면, 대중교통이 도시정책에 있어 중요한 수단이 되면 될수록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일반적인 상식에서 시작할 수 있다.

사실 요금인상 시기뿐만 아니라 대중교통과 관련한 논의에서는 매번 원가 대비 낮은 요금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노인 무상교통(지하철의 경우)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가장 일반적인 주장은, 노인 무상교통비용이 지하철 적자의 주요한 원인으로 이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면 지하철 재정구조가 지속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의의 가장 중요한 함정은 정말로 노인 무상교통을 폐지하면 적자 폭이 줄어드는가의 문제다. 공짜 수요를 줄이면 적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언뜻 반박할 수 없는 사실처럼 들린다. 하지만 대중교통도 그런가 생각해 보자. 노인 무임승차가 재정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유임승차와 경쟁관계여야 한다. 아주 쉽게 노인들이 지하철을 타면 그만큼 유임승차 인원이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중교통 특징상 노인의 추가승차가 혼잡도에는 다소 영향을 미칠지언정 유임승객과 경쟁관계라 보기 힘들다.

더구나 대중교통 속성상 승객의 많고 적음을 대략적인 시간대별로 가늠해 배차할 뿐 노선마다 수요 여부에 따라 차량을 적게 보내고 많게 보내는 방식의, 이를테면 일반 제조업에서 하는 생산의 유연성이라는 것을 갖추기 힘들다. 노인 무임승차 논란의 이면에는 “대중교통은 유료든 무료든 무조건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강제성 논리가 뒷받침돼 있다. 노인승차가 유료화됐을 때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옵션이 있었던가. 사실상 기본권과 유사한 구조에서 무상교통 부담을 이용자의 비용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래서 노인승차를 배제하면 수송비용이 무임승차분만큼 줄어든다는 분석은 한 차례도 나온 바가 없다. 따라서 적절한 요금 수준은 단순히 비용 대비 요금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과 요금의 ‘적절한 수준’을 시민적 합의로 만들어 내는 문제가 된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재정행위는 공공서비스 효율성과 더불어 사회경제적 형평성을 보완하는 재분배 기능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 공공교통에 대한 재정정책은 지나치게 일면적이다. 복합적인 공공교통의 특징(수요관리를 통한 기후변화 대책, 도시 공간의 다계층 복합화, 소득 재분배, 사회보건 관점에서 예방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요금보조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오히려 인프라 투자 중심 기존 대중교통 재정의 문제점, 그리고 여전히 기술관료적 관점에서 개방성과 투명성이 떨어지는 교통행정체계 개편 등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노인 무상교통을 둘러싼 최근 논의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책임공방에 그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공공교통의 사회적 기능을 논의하는 공론장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김상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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