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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가지 못한 덤프트럭 운전기사

겨울이 오면 건설현장은 움츠러든다. 날씨가 추워져 땅이 얼어붙으니 건설 시공이 제한적이다. 레미콘트럭·굴삭기·덤프트럭 등 기계화 시공을 담당하는 운전기사들은 공치는 날이 많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으로 몰린다. 주로 대도시권인 부산에 모인다. 지역 경계가 무너지고, 경쟁이 심해져 건설기계 대여료 단가는 형편없이 곤두박질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주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겨울만 되면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남쪽으로 가는 이유다.

덤프트럭 운전기사인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남쪽으로 가지 않았다. 현재 거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2교 앞 30미터 높이 광고탑이다. 그는 23일 현재 13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그는 “덤프트럭 운전을 한 지 15년째지만 수중에 남은 건 마이너스 통장뿐”이라며 “사실상 노동자임에도 1인 사업자로 규정해 노동법 적용은 물론 노후를 위한 사회보장 혜택조차 받지 못한다”고 항변했다. 덤프트럭 운전기사인 이 수석부위원장은 왜 은행에 저당 잡힌 인생으로 전락했을까. 그가 남쪽으로 가지 못하고 고공농성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7월 건설교통부 산하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는 운전기사 생사여탈권과 관련한 결정을 내렸다. 덤프트럭·콘크리트믹서트럭(레미콘)·콘크리트펌프 등 3개 기종의 수급조절이 2년 연장됐다. 수급조절은 건설기계 대여시장 공급과잉을 막기 위한 조치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위는 2009년부터 2년마다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공급과잉은 해소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현재 건설기계 등록대수(46만5천296대)는 수급조절 이전인 2009년보다 28.3%나 증가했다. 레미콘·덤프트럭은 불법등록이 판친다. 수요조절 실효성이 떨어지니 건설기계 임대단가는 정체 또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5월 기준 건설기계 평균 임대단가는 53만원 수준이다. 레미콘은 25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제 임대단가는 더 낮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민간주택 건설호조로 건설경기가 좋았는데 올해부터 그 추세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건설기계 가동률은 60%다. 40%의 운전기사들이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혹한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건설기계 운전기사들은 '아우성'이다.

“기계 할부금과 기름값·감가상각비를 제외하면 하루에 10만원도 남지 않아요. 일이 많지 않아 1년 수입이 2천500만원에 불과합니다. 1인당 과적단속으로 평균 4건, 평균부채는 4천만원 정도로 대부분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버렸어요.”

임대료라도 제때 나오면 다행이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임대료 체불이 빈번하다. 대한건설기계협회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신고된 임대료 체납건수가 3천7건으로, 돈으로는 523억4천146만원이다. 이 가운데 1천849건(357억원)이 해결돼 체납회수율은 68%다. 나머지 회수가 진행 중인 1천158건 가운데 311건(33억원)은 체납자 파산 등으로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집계됐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중동 건설경기가 침체를 겪으면서 국내에 건설기계가 쏟아졌다. 건설기업들은 고용관계였던 운전기사들에게 남아도는 덤프트럭을 불하했다. 건설업계에 덤프트럭 임대시장이 형성되고 다단계 원·하청 구조가 만들어졌다. 정규직이던 건설기계 운전기사들이 자영업자로 전락하게 된 배경이다.

심지어 97~98년 외환위기 구조조정으로 졸지에 실업자가 된 이들이 대거 건설기계 임대시장으로 몰려들었다. 덤프트럭의 경우 1종 운전면허 자격증만 있으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덤프트럭 임대시장은 순식간에 공급과잉이 돼 버렸다. 덤프트럭을 필두로 대부분의 건설기계들도 임대시장으로 내몰렸다.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는 노동법은 물론이고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른바 ‘특수고용직’으로 불린다.

이영철 수석부위원장의 요구는 단순하다. 건설기계 운전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입법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면 당장 시급한 것부터 처리하자고 주장한다. 예컨대 건설기계 운전기사도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운영하는 퇴직공제부금 혜택을 달라는 것이다.

건설노동자들은 공제회에 적립한 퇴직공제부금 혜택을 받는다. 한데 건설기계 운전기사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혜택을 받지 못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기계 운전기사가 공제회에 당연 가입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턱없이 낮은 퇴직공제부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담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해당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환경노동위 위원들이 결단을 내려 주길 바란다. 일감을 찾아 남쪽으로 가는 건설기계 운전기사들에게 낭보가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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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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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ve 2017-11-28 16:40:25

    건설노동자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말도 않되는 차량갑에 치이고 인거비에 치이고 정부에서 서민들 먹고살라고 건설경기 좋아지라고 했더니 건설사와 레미콘회사만 배부르고
    건설노동자들은 밥은 먹고살아야지 하며 삽니다 정부에 게입이 필요할 때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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