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입법전쟁이 시작됐다. 당장 23일 근로시간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놓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술렁였다.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에서는 간사 합의안이 마련됐다가 다시 뒤엎어졌다. 다른 법안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성패를 가를 민생법안들이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었다.

장시간 노동 바로잡고 노조할 권리 세우자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주요 노동 입법 현안이 산적해 있다. 장시간 노동 문제와 관련해 근로기준법 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조항은 폐지 수준으로까지 축소돼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내년 1월18일 공개변론 일정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재계 주장을 받아 휴일·연장근로와 관련해 중복할증을 폐기하거나 축소하는 논의를 섣불리 이어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실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정상화를 위한 주 52시간제 전면시행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

노조할 권리의 온전한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통한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도 보장해야 한다. 올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동부에 “노조법에 특수고용직이 포함되도록 관련 조항 개정”을 권고했다. 완전하고 온전한 노동 3권이 보장돼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생명·안전에 관한 업무와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을 제도화와 비정규직을 포함한 1년 미만 노동자 퇴직급여 보안을 위한 입법도 시급하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도 시급하게 다뤄져야 한다.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사회안전망 속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용자 범위 확대하고, 특수고용직 노동권 인정해야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지난겨울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광장에서 노동자들은 노동개악 철회를 외쳤다. 그러나 새 정부의 첫 정기국회에서 현행 법정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후퇴시킬 뿐 아니라, 휴일 중복할증을 없애는 개악법안을 여야 간사가 합의했다.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정기국회 종료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후퇴법안이 아니라 달라진 시대에 부응하는 노동시간단축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돼야 한다. 업종별로 법정노동시간 적용에 예외를 두는 노동시간 특례는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 확대에 역행한다. 폐지가 시급하다.

국제노동기구와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조법의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20년 논의 과정을 겪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법률안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선 여야가 개정 필요성을 공감하기도 한 만큼 20대 국회는 입법으로 결실을 맺어야 한다. 노동법 개정 10년이 지난 현재 비정규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다. 간접고용 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10년 전, 노동과 오늘의 노동은 다르다. 변화된 노동에 권리를 부여하는 일, 국회가 해야 할 입법 의무다.


버스공포증 사로잡힌 대한민국, 당리당략 버려야 해결
오지섭 자동차노련 사무처장

오지섭 자동차노련 사무처장

어제도 오늘도 버스는 국민이 일터로, 가정으로 이동하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버스공포증’이라는 신조어에 국민의 발길이 무겁다. 다른 교통수단을 선택할 수 없는 이들이 나와 가족의 운명을 졸음운전·피로운전에 내몰린 버스에 내맡기고 있다.

버스사고는 운전기사뿐만 아니라 승객,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외국에서 최대 운전시간과 적정 휴게시간을 정하고 위반시 강력하게 처벌하는 이유다.

올해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선버스를 포함해 특례업종을 축소하기로 잠정합의했다. 합의는 했으나 법 개정은 제자리다. 국회 보좌진 확대에는 신속함을 보이면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는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 그들에게 국민의 시선이 무섭지 않는지 묻고 싶다. 국민의 명령에 부합해 어렵게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촛불의 명령으로 출범한 새로운 정부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최우선돼야 한다. 특히 노선버스와 같이 우리 삶에 밀접한 업종은 ‘공공의 편의’가 아닌 ‘공공의 안전’으로 다가서야 한다. 버스공포증에 사로잡힌 대한민국의 낡은 옷을 벗자. 특례업종 개정에 당리당략으로 맞서는 국회는 국민이 개돼지가 아님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공공부문에 사회적 책임 강제하는 법 개정 필요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공공운수노조는 가스·발전·병원·건강보험 등 공공부문과 철도·지하철·버스·화물운송·항공 같은 운수부문의 노동자 19만명으로 이뤄진 노조다. 이 중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의 비율이 40%에 달한다. 다양한 구성원의 모습처럼 다양한 법 개정 요구가 있다.

첫째, 노동자의 노조 만들 권리(단결권)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는 폐지돼야 한다. 화물연대·간병인·방과후강사·재택위탁집배원·경마기수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사업주의 지배관리(종속)하에 있으면서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때 노동자도 아닌 자영업자(?)에게 필수유지업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싶어서 안달했다. 정부 눈에는 필요에 따라 노동자로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는가 보다.

둘째, 노동자의 단체행동 제한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가 폐지돼야한다. 공공부문의 모든 노동자들의 파업을 사실상 금지하는 법이다. 지난해 철도노조가 74일간 파업하는 동안 철도운행이 다소 줄어 시민들은 불편했지만 철도공사는 평상시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남겼다. 노동 3권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법인데 공공부문 사업장에서는 사업주를 위한 파업권이 돼 버렸다.

셋째, ‘노동자 자유이용권’인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가 폐지돼야 한다. 넷째,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민주화하기 위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개정돼야 한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와 기관 이사회에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를 보장해 공공기관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섯째,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공부문을 민영화하지 않도록 정부가 지자체와 공공기관 예산 중 일정 비중 이상을 출자하도록 해야 한다.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 제정해 협치 틀 만들자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최근 성심병원·을지대병원을 비롯한 일선 병원에서 선정적인 장기자랑·환자유치 행위·임산부 야간교대노동 등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나 병원 내 갑질문화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의료산업 인력정책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단면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문제는 비단 갑질문화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렵고 힘든 병원생활에도 인력은 늘지 않는데 업무는 두세 배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는 병원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에 항상(!) 이직을 꿈꾸며 출근을 한다. 보건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이 제정되면 당장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건의료인력원이 구성된다. 의료계 내 협치구조를 확립할 수 있게 된다. 체계적 인력실태 조사, 연구사업 진행을 통해 실질적인 보건의료인력 문제의 제도적 발판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노동존중을 표방한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일터의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속도를 더욱 빨리해야 한다. 일터의 혁명을 가져오기 위해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 같은 법제도를 정비를 더욱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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