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호 4번 조상수 선본

민주노총이 2기 임원직선제를 앞두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4명의 위원장 후보를 인터뷰해 나흘간(기호순) 싣는다. 후보 간 의견차를 확인할 수 있게 대부분 같은 내용의 질문을 했다.<편집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양대 지침 폐기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터널 같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동친화적인 정책이 잇따라 시행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정권교체를 실감했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노조들이 밑돌 역할을 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14개 노조, 6만3천명의 파업이 질기게 이어졌다. 이후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다. 수많은 인파가 촛불광장으로 모였다. 당시 노조 파업을 이끌었던 조상수(52·사진) 위원장 후보의 감회도 남다르다. 조상수 후보는 "공공부문 투쟁의 경험과 성과로 새 정부와 대화·교섭에 나서 민주노총에 찾아온 30년 만의 기회를 살리겠다"며 "사회세력화로 민주노총 200만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2기 임원직선제에 나선 위원장 후보 중 유일한 현직 산별노조 위원장이다. 인터뷰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출마 이유가 궁금하다.

“지난 6월 정부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공공부문 총파업이 발단이었다. 공공 총파업은 촛불항쟁의 도화선이기도 했다. 이후 공공운수노조 사업장 대표들과 총파업 승리를 기념하는 모임을 열었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노동개악을 밀어붙이지 않았나. 문재인 정부도 공공부문부터 노동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공공사업장을 조직하고, 교섭과 투쟁을 해본 이가 민주노총을 총괄하는 것이 조합원과 2천만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안이 있었다. 파업을 했던 6만3천여명 조합원이 소속됐던 14개 조직 대표자들이 제안자였다.”

-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세 때도 강조하는데, 촛불혁명은 민주노총이 완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비전을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체제를 폐기하고, 진보적인 노동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촛불혁명의 완성이다. 보수정권이 물러났으니 모든 후보가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행을 위한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다른 후보는 주장하지만 나는 실행한 사람이다. 공공부문 총파업과 노정교섭으로 성과연봉제를 폐기시켰다. 지속적인 조직화와 문제제기로 공공무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문재인 정부에 노동개혁 과제로 제안했다. 민주노총에 30년 만에 찾아온 역사적 기회다. 전 세력을 규합해 진전을 이뤄야 한다. 나를 포함해 동반 출마자들은 산별·지역 위주 활동가다. 민주노총 내부 정파·세력을 다른 후보들에 비해 보다 통합적으로 규합할 수 있다.”

"노정교섭, 주장 아닌 실행을 한 유일후보" 

- '나에게 힘을 주는 민주노총, 새판 짜기'를 슬로건으로 삼았다. 어떤 의미인가.

“민주노총은 아직도 조합원들에게 멀게 느껴진다. 조합원 스스가 민주노총의 주인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새판을 짜야 한다. 촛불혁명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에서 시작됐다. 이제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 됐다. 이는 민주노총에도 적용돼야 한다. 민주노총의 모든 방침은 조합원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정파운동을 넘어 조합원 중심으로 조직운영을 해 나겠다는 뜻을 슬로건에 담았다.”

-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의견이 후보들 사이에 분분하다.

“노사대화 혹은 노정대화로 신뢰가 구축되면 자연스럽게 3자 대화로 이어진다. 노사대화는 산별교섭, 노정대화는 노정교섭을 뜻한다. 정부가 이런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노사정 대화만을 민주노총에게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정부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산별교섭 활성화와 노정교섭 정례화가 병행돼야 노사정 대화가 가능하다.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사안별 노사정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정부가 ‘68시간 행정해석’을 폐기한다면 52시간제 현장 적용을 어떻게 해 나갈지에 대한 노사정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그동안의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평가해 달라.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은 민주노총 골간 사업이 아닌 일종의 특별사업으로 진행돼 왔다. 많은 사람들이 200만 민주노총 시대를 얘기한다. 그렇다면 민주노총과 산하 조직 전체가 체제 전환에 나서야 한다. 1차 운동은 대기업 정규직노조들의 몫이다. 하청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조직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 빠른 속도로 느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규직노조들의 노력 덕이다. 조합원이 3년 전 15만명에서 지금 19만명으로 늘었다. 다음으로 산별노조 산하 지역지부들과 지역일반노조의 힘이 필요하다. 지역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조직할 수 있는 단위다. 보다 많은 예산과 인력 뒷받침이 필요하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힘들게 노조를 만들어도 실제 사용자인 정부·원청과 교섭하지 못하고, 타임오프나 교섭창구 단일화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를 바꾸는 것은 민주노총이 중앙조직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다. 당선하면 ‘노동팟캐스트’를 만들겠다. 비정규 노동자가 민주노총 문을 두드리는 일종의 터미널 역할을 하게 된다. 전략조직화센터인 '2020위원회'를 설립해 비정규직을 집중 조직하겠다. 2020년까지 200만 민주노총 시대를 열겠다.”

"정치세력화보다 사회세력화가 우선"

- 조직 갈등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모든 갈등은 약자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을 하며 학교비정규직과 공공연대노조 등에서 벌어진 조직 갈등을 수습한 경험이 있다. 진보정당이 분열되면서 힘을 잃었다. 민주노총도 조직갈등과 정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당선하면 대산별 원칙을 갖고 중복산별 재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계적으로 할 수는 없다. 1년가량의 시간을 갖고 조직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조직재편을 이뤄 내겠다.”

- '정치세력화'가 아닌 '사회세력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 경로는 노조가 조직되고, 하나의 세력으로 성장한 뒤 정치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세력화 이전 단계인 사회세력화를 못해 왔다. 민주노총 자체의 사회적 역량을 높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세력화가 이뤄져야 조직 확대가 이어진다. 사회세력화라는 기반 없이 이뤄지는 정치세력화는 모래성과 같다. 지난 20년간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이 한국 사회를 바꾼 것과 촛불과 광장, 지역과 시민이 바꾼 것을 비교해 보자. 현장에서 정치 실천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진보정치를 할 수 있는 제도와 기반이 취약하고, 분단국가라는 단점도 있다. 이를 감안해 민주노총이 사회세력화의 기틀을 확실히 마련하고 현장과 지역, 광장을 거친 후 의회로 가도록 할 것이다. 정치세력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세력화를 먼저 해야 한다는 뜻이다.”

- 공약을 소개해 달라.

“많은 후보가 교섭과 투쟁을 말하는데,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부족하다고 본다. 기호 4번은 탄탄한 투쟁 로드맵을 제시한다. 예컨대 노동법 개정 투쟁과 관련해 내년 상반기에 노동헌법 개정운동에 나설 것이다. 이를 노동절 투쟁과 연결시킬 것이다. 이후 내년 하반기에 전국노동자대회에 조합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노동헌법 개정을 위한 20만 노동자·시민행진을 하겠다. 2019년에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가 이뤄지는 시기다. 이에 맞춰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비준과 개정을 이뤄 내겠다. 2020년 총선이 있지 않나. 비준·개정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그해 국회를 ‘노동법 개정 국회’로 만들어서 투쟁의 성과를 내겠다.”


조상수 후보는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는 것과 함께 노동자가 아닌 시민의 단결권을 보장해 공무원과 교사, 방위산업 종사자의 파업권이 보장되도록 헌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제정 헌법에 있다가 사라진 노동자들의 이익균점권을 되찾는 것도 투쟁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결정 따로 집행 따로' 혹은 '뻥파업'이란 비판을 더 이상 듣지 않도록 조합원 1만명 이상 단위조직 대표가 참여하는 중앙운영위원회를 신설할 것”이라며 “주기적으로 ‘100분 토론’을 열어 국민과 현장 활동가들이 형성하는 공론을 갖고 정책결정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기호 4번 조상수 후보는]
2002년 철도노조 정책실장
2003년 철도파업으로 구속·해고
2007년 운수노조 사무처장
2013년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위원장
현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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