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변 등 노동법률가단체 회원들이 23일 국회 앞에서 근로기준법 59조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가 23일 오후 회의를 열어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여야 간사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노동상한제 시행을 기업규모별로 세 단계에 걸쳐 시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휴일근무시 수당할증률을 현행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처럼 150%를 유지하기로 했다가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과 정의당 반발에 부딪혀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내년 7월부터 규모별 1년6개월 차이로 시행”
이용득·강병원·이정미 의원 간사단 합의에 반발


고용노동소위는 이날 회의 도중 정회를 하고 간사단 협의에 들어갔다. 간사단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이다.

간사단은 주 52시간(휴일근로 포함) 근무 상한제를 30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 7월1일부터,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규모별로 1년6개월의 틈을 두고 시행을 하자는 것이다.

휴일근로 가산수당에 대해서는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고 현행처럼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5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내용과 같다. 다수 법원 판례가 200%를 지급하라고 판시한 것과 대조된다. 한정애 의원은 휴일근로시 중복할증을 하지 않는 대신 휴일근무한 노동자에게 의무적으로 대체휴가를 부여하는 방안을 개인의견으로 냈다.

근로·휴게시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특례업종은 현행 26개 업종을 10개(노선버스 제외)로 줄이기로 했다. 탄력근로 단위기간은 현행처럼 2주(취업규칙)와 3개월(노사 서면합의)을 유지하기로 했다.

소위는 회의를 재개해 의원들에게 간사단 의견접근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용득·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반대에 부딪쳤다.

임이자 고용노동소위장이 회의 도중 간사단 협의 내용을 표결에 부치려고 시도하면서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갔다. 이용득 의원은 “대선 공약이 주 52시간 체제 즉각 시행이었고, 국민 지지가 여기에 있었다”며 “지금까지의 위법한 행정해석에 면죄부를 주는 논의를 국회가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노동계 “근기법 개악시도 중단해야”

환노위는 28일 소위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의견접근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 간사가 주 52시간 노동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노동계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김욱동 부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 10여명은 이날 고용노동소위가 열리기 전 회의실 앞에서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을 요구하면서 피켓시위를 했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국회는 박근혜 정권처럼 휴일근로 할증 폐지와 단계적 노동시간단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지난 22일 성명에서 “기업부담 완화와 연착륙을 운운하며 ‘휴일·연장근로 포함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거나 휴일·연장근로 관련 중복할증을 폐기·축소하려는 주장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개악”이라며 “환노위는 당장 근로기준법 개악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주 장관 “잘못된 행정해석 사과”

한편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지 않은 노동부 행정해석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오전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강병원 의원은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시켜 온 노동부 행정해석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다만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에 관해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국회에서 논의해 주시라고 요청하는 것이 맞다”고 요구했다.

김 장관은 “멕시코 다음으로 긴 국내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문제에 대해 주무주처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고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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