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최근 부쩍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보호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이른바 특수고용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촉발된 논의가 또다시 말의 성찬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이번만은 반드시 소중한 결실을 맺어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 그 정의와 범위 그리고 해당되는 노동자수 등 그 무엇 하나 명쾌하게 정리된 자료가 없다. 보호 방안을 논하기 시작하면 언제나 이 문제부터 의견이 갈린다. 요즘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9개 직종만 해당된다고 하는 편협한 주장은 거의 사라졌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를 정의하기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20여년 전 특수고용 문제가 처음으로 등장할 때와는 노동환경도 급변했다. 플랫폼에 기반한 특고 노동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기도 하다.

불확실한 정의에도 불구하고, 특고 노동자 숫자는 23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숫자는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들의 노동조건은 또 어떤가. 학습지교사·골프장케디·지입차주·대리기사·택배기사 등등 아마 대부분의 수입은 최저임금 수준일 것이다. 일터의 열악한 작업환경은 긴 말이 필요 없다. 노동법이 아니더라도 국가와 사회가 반드시 보호해야 할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껏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요컨대 특고 노동자는 노동법으로 보호해야 한다. 첫째 이유는 노동자가 분명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충분한 합의, 즉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제도화해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은 국회에서 법률로 보장하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지만 지금과 같은 의회구성으로는 쉬이, 그것도 이해관계의 직접 당사자인 특고 노동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입법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거래 대상으로 잘못 입법되면 이들이 사실상 누리는 권리까지 앗아 갈 염려도 있다. 특고 노동자들 상당수는 오랜 기간 흘린 피땀으로 사용자단체와 단체교섭을 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낮은 수준의 제도화이긴 하지만 행정이 먼저 나설 수밖에 없다.

현재 대법원 판단기준을 충실하게 해석한다면 상당수 특고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누가 나의 사용자인지’ 여부 '누구에 종속돼 있는지'는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데 더 이상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일을 하는 이상 그 어디엔가 사용자는 분명 존재한다. 중층적이고 다중의 사용자나 요즘 성행하는 플랫폼 기반 노동처럼 수분에서 수초마다 사용자의 변동이 있다하더라도 주문을 수행하는 자가 노동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 않은가.

더구나 특고 노동자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해 온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대법원 판단기준은 훨씬 적극적이다. 과거와 같은 인적종속을 고집하지 않고, 해당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와 영향을 끼치는 자는 단체교섭 상대방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판례 입장이다. 이 정도라면 특고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의 충분한 근거가 되고도 남는다. 행정입법으로 시행하더라도 합헌이고 합법이라는 말이다.

한편 특고 노동자들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10여년 전 당시 여당에서도 특별법으로 보호하자는 취지의 법률안을 제안했다. 노동기본권 자체의 보장은 아니지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개별적 노동관계 보호와 일정한 조건 아래 사회보험 가입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게 주요한 내용이다. 최근에도 궤를 같이 하는 의견이 많다.

충분히 경청할 만한 주장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방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먼저 대법원 입장을 분석해 보더라도 십수 년 전과 비교할 때 노동자의 개념이 크게 변했음을 앞서 확인했다. 상당수 특고 노동자가 노동법상의 노동자로 포섭될 수 있는데 굳이 특별법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특별법 내용에는 법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특고 노동자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별도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과연 누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그에 따른 부수비용에 대비해 그만한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모름지기 제도란 이용자에게 쉬워야 한다.

이러한 보호방안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법률이 됐든, 행정부가 특고 노동자들을 위한 행정입법이나 행정해석을 마련하든 반드시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숙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제도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그 방향이 ‘노동존중 사회’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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