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결산을 할 때 국민의 노동기본권과 노사관계,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른바 노동인지예결산 제도 도입을 위한 것이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노총 공공노련과 함께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인지예산제도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과 국가회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노동인지예결산 제도는 정부의 사업과 예산이 △국민의 노동기본권 △국가 차원의 노사관계 △일자리 창출의 양·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예·결산서를 작성해 집행·편성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이런 절차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기금운용과 관련해서도 노동인지기금운용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특히 노동존중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마련하도록 했다.

노동인지예결산 제도가 도입될 경우 공공부문 비정규직 확산·차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영평가, 총액인건비제의 문제점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노사갈등을 촉발한 일방적 성과연봉제 확산 같은 사례도 방지할 수 있다.

이용득 의원은 “공공부문의 모범적 사용자 모델을 확립하고 정부조달이나 위탁사업에 적용하면 민간영역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노사관계 차원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 독주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 부처 예·결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 막혀 고용노동예산이 축소되거나 표류해 온 관행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행 제도 중 노동인지예결산 제도와 비슷한 제도는 다수 존재한다. 각 부처 핵심 일자리사업의 고용영향을 평가하는 고용영향평가제도, 각 부처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고용영향 자체평가, 노동부와 일자리 사업 신설·변경을 사전협의하는 일자리 사전협의제다.

하지만 일자리 양 증가에만 주력하거나, 노동이 배제되는 그간의 일자리 정책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득 의원은 “노동인지예결산 제도는 일자리 양은 물론 좋은 일자리라는 정성적 평가가 반영되고, 노조할 권리 등 노사관계까지 고려해 정부사업을 집행해야 하는 제도”라며 “노동존중 가치가 균형감 있게 반영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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