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가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아래 사진) 이영철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과 정양욱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이 건설근로자법 개정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국회 인근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정기훈 기자

땅 딛고 서야 할 건설노동자가 하늘 위에 올랐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여의2교 광고탑. 12일째 하늘 위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두 건설노동자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동료들의 기자회견을 광고탑 위에 서 오롯이 지켜봤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손을 높이 들어 응원했다. 22일 양대 노총 건설 노동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입법을 촉구했다. 광고탑 위 두 노동자는 “개정안 통과 없이는 땅을 밟지 않겠다”고 했고, 건설노조는 28일 3만 조합원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건설산업노조는 국회의원 면담을 추진하고 설득과 압박에 나선다.

젊은 건설기계 노동자 45.1%
“월 대출상환액 200만원 이상”


양대 노총 건설노동자들은 정부와 국회에 “우리가 과한 요구를 하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22일 오전 건설노조가 먼저 국회 앞에 섰다. 석원희 노조 부위원장은 “망치를 쥐고 일하는 목수나 삽으로 땅을 파는 인부나 연장 없이 일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덤프·굴삭기도 건설노동자에게는 하나의 연장일 뿐, 건설기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개인사업자라 칭하며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비판했다. 덤프·굴삭기 등 건설기계를 다루는 노동자들은 1인 사업자라는 이유로 퇴직공제부금 제도 적용조차 받지 못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은 건설노동자 체불 근절을 위한 임금지급 확인제와 전자카드제 도입·퇴직공제부금 인상·건설기계 노동자(1인 사업자) 퇴직공제 당연가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는 오는 28일 개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열 노조 수도권북부지역본부장은 “정부는 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던 건설기계 노동자를 자본의 논리로 개인사업자로 내몰았다”며 “기계 할부금과 기름값·감가상각비를 제외하면 하루에 10만원이 채 남지 않고. 이마저 일이 많지 않아 1년 수입이 2천500만원선에 불과하다”고 호소했다.

노조가 지난달 20~30대 건설기계 노동자 88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생계비 항목 중 차량 대출비용이 70.5%나 됐다. 젊은 건설기계 노동자의 45.1%는 매달 차량 대출비용으로 200만~40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39.1%에게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노조는 “덤프트럭 운전 20년에 남는 건 빚더미”이라며 “청춘들의 미래가 캐피탈에 저당 잡힌 셈”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해 달라는 요구가 10년째 외면당했다”며 “퇴직공제부금 건설기계 전면 적용을 통해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건설기계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해야 한다”고 입법을 호소했다. 노조는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28일 전면파업에 나선다”며 “국회를 상대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10년간 최저임금·물가 다 올랐는데 퇴직공제부금만 그대로”

건설산업노조는 법 개정을 위해 환노위 의원 설득과 압박에 총력한다는 입장이다. 같은날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건설산업노조는 “국회의원들은 건설노동자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며 “28일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의원들을 압박하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기옥 노조 건설현장분과 경기도지부장은 “34년간 건설 현장에서 일했지만 퇴직금은 고작 432만원이었다”며 “너무나 억울하고 참담하다”고 한숨 쉬었다. 송 지부장은 “건설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건설노동자들의 상황을 얼마나 알고 고민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노동자 평균 연간 근로일수는 149일이다. 4천원씩 적립되는 퇴직공제금을 근로일수로 곱하면 1년에 고작 59만6천원이 쌓인다. 노조는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은 두 배 넘게 올랐고 물가도 60%가량 올랐지만 건설노동자 퇴직금만은 10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며 “그 결과 건설노동자의 퇴직공제금은 다른 노동자 퇴직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고달픈 삶을 이어 가는 건설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노후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건설근로자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정녕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라면 건설노동자도 인간다운 노후를 맞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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