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섭 변호사(법무법인 씨에스)

대상판결 : 헌법재판소 2015헌마653 청원경찰법 5조4항 등 위헌확인

1. 들어가며

청구인들은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의 청원경찰들로서 청원경찰의 복무에 관해 국가공무원법 66조1항을 준용함으로써 노동운동을 금지하는 청원경찰법 5조4항 및 위 조항에 따라 준용되는 국가공무원법 66조1항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 처벌하도록 규정한 청원경찰법 11조가 청구인들의 근로 3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본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 결정요지

헌법재판소 결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청구인들 중 본건 심판청구일인 2015년 6월19일로부터 1년 이전에 청원경찰에 임용된 사람들은 각각의 기본권침해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된 것이므로 청구기간을 도과해 부적법하다. 둘째, 심판대상과 관련해 청구인들의 주장취지는 청원경찰법 5조4항이 국가공무원법 66조1항을 준용해 청원경찰로 하여금 근로 3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한 부분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라고 해서 심판대상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하고 청원경찰법 11조는 동법 5조4항을 위반하는 경우에 벌칙을 부과하는 벌칙조항인데, 청구인은 위 벌칙조항 고유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전제되는 구성요건조항이 위헌이어서 그 제재조항도 당연히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를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셋째, 근로 3권 침해 여부에 관해 “청원경찰은 일반근로자일 뿐 공무원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헌법 33조1항에 따라 근로 3권이 보장돼야 한다. 청원경찰은 제한된 구역의 경비를 목적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할 뿐이며, 그 신분보장은 공무원에 비해 취약하다. 또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이외의 곳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은 근로조건에 관해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의 법적 보장을 받고 있으므로, 이들에 대해서는 근로 3권이 허용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 청원경찰에 대해 직접행동을 수반하지 않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더라도 시설의 안전 유지에 지장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헌법은 중요방위산업체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단체행동권만을 제한하고 있고, 경비업법은 무기를 휴대하고 국가중요시설의 경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에도 특수경비원의 경우에도 쟁의행위를 금지할 뿐이다. 청원경찰은 특정경비구역에서 근무하며 그 구역의 경비에 필요한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하므로, 청원경찰의 업무가 가지는 공공성이나 사회적 파급력은 군인이나 경찰의 그것과는 견주기 어렵다. 그럼에도 심판대상 조항은 군인이나 경찰과 마찬가지로 모든 청원경찰의 근로 3권을 획일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심판대상 조항이 모든 청원경찰의 근로 3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근로 3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했다.

넷째, 결정주문을 ‘헌법불합치 결정과 잠정적용 명령’으로 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성은 모든 청원경찰에 대해 획일적으로 근로 3권 전부를 제한하는 점에 있으며 입법은 청원경찰의 구체적 직무내용, 근무장소의 성격, 근로조건이나 신분보장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 심판대상의 위헌성을 제거할 재량을 가진다. 만약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해서 즉시 효력을 상실시킨다면, 근로 3권의 제한이 필요한 청원경찰까지 근로 3권 모두를 행사하게 되는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는 늦어도 2018년 12월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입법자가 2018년 12월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하지 않을 경우 심판대상 조항은 2019년 1월1일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다.

3. 평가

종래 헌법재판소는 청원경찰로서 국가공무원법 66조1항의 규정에 위반해 노동운동, 기타 공무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를 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청원경찰법(2001년 4월7일 법률 6466호로 개정된 것) 11조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2008.7.31. 헌재 2004헌바9). 당시 위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4인이 합헌 의견을, 4인이 위헌의견을, 1인이 한정위헌의견을 내어 위헌 또는 한정위헌이라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헌법 113조1항, 헌법재판소법 23조2항 단서 1호의 재판관수 6인에 이르지 못해 위헌결정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본건에서 헌법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종래 의견을 청원경찰의 근로 3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한층 진일보한 결정으로 평가되지만 한편으론 당연한 결정을 너무 뒤늦게 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일부 청구인들의 헌법소원 청구를 부적법한 것으로 판단해 배제했다. 본건과 같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경우 그 청구기간 확대가 필요하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유가 공권력의 불행사나 본건 같은 법령의 내용인 경우처럼 그로 인한 기본권의 침해가 계속적이면 ‘기본권 침해사유’도 계속적으로 생기므로 계속적 기본권 침해사유가 종료된 때로부터 청구기간을 기산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경우 기본권 침해사유가 처음 생긴 때로부터 헌법소원 청구기간을 기산하면, 기본권 침해사유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소원 청구기간이 도과해 버리는 경우가 생겨서 헌법소원제도의 근본목적을 도외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2007.10.4. 헌재 2006헌마648, 2012.8.23. 헌재 2011헌마443·609 사건의 반대의견 참조).

4. 나가며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의 근로자들 중 청구인들과 같은 청원경찰들을 제외한 다른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해 매년 임금·단체협약과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등 근로조건들을 개선해 나갔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청원경찰법 5조3항으로 인해 근로 3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회사의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조합원들에 비해 각종 차별과 소외를 당하는 등 상당한 불이익을 받아 왔다.

그중 일례를 들면, 한국수력원자력 근로자들의 임금은 정부에 의해 매년 정해지는 총액임금인데, 노동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임금 중 상당 부분을 회사로부터 배분받아 왔다. 그로 인해 조합원이 아닌 청구인들과 같은 청원경찰들은 항상 그 배분에서 소외되는 불이익을 받아 왔다.

본건 헌법재판소 결정선고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고리원자력본부·한울원자력본부·한빛원자력본부에 근무 중인 청구인들의 대표자들 10여명이 긴장하면서 선고를 들었고, 선고와 동시에 대심판정에서 기쁨의 환호성과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본건 담당변호사로서 청구인들에게 ‘근로 3권’이라는 선물을 안길 수 있어서 기쁨과 뿌듯함을 느낀다.

입법자에게 탄원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신속히 청구인들에게 근로 3권을 보장하는 개선입법을 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