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과 강의 위·수탁계약을 맺고 일한 개인사업자 신분의 강사도 노동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원 교육시스템에 따라 수업을 하는 강사는 학원과 종속적 관계에 있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21일 법무법인 청운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 38부(부장판사 박영재)는 최근 J어학원에서 퇴직한 강사들이 어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퇴직 강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우아무개씨를 비롯한 학원 강사들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십수 년 동안 J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다. 이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매년 어학원과 강의 위·수탁계약을 체결했고, 임금은 어학원이 수강생수에 따라 계산한 비율대로 지급받았다. 개인사업자로 사업소득세도 냈다.

2015년 어학원을 퇴직한 이들은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부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진정을 기각하자 올해 3월 소송을 냈다. 강의 위·수탁계약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어학원 지시를 받는 종속적 관계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강사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이 별도로 존재하지도 않았다"며 강사와 어학원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은 어학원이 수업교재·수업내용·교수방법·숙제 등을 따라하도록 하는 등 강사들에게 업무지시를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사들의 개인 역량과 인기도에 따라 수익창출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이른바 스타강사 중심의 학원 구조와 구분된다"며 "(어학원은) 강사들의 근속기간·경력·평정·학부모 평가 등을 고려해 매년 고유의 수입 배분비율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강사)들을 비롯한 강사들은 피고와 사이에 종속적인 피용관계에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에서 강사들을 대리한 박재용 변호사(법무법인 청운)는 "학원이나 사용자들은 사용종속성을 희석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이 과정에 개인사업자로 몰린 강사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학원 강사들이 퇴직금과 연월차수당 같은 노동법상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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