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로환경관리원 얼굴인식기 설치 안내문.
광주 광산구청이 청소노동자 근태관리를 위해 얼굴인식기를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청은 “정확한 출퇴근 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얼굴인식기를 가로 청소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운용하는 데다 노조와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아 “인권침해와 차별적 요소”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소노동자 64명 중 26명 개인정보 활용 동의 안 해

21일 광산구청과 노동계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 20일 구청 인근 안전교육장을 비롯한 네 곳에 얼굴인식기를 설치했다. 구청은 안내문에서 “가로환경관리원에 대한 순찰식 복무관리로 인한 불필요한 마찰을 방지하고 현대적 근태관리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적인 복무관리를 하고자 (얼굴인식기 운용을) 실시한다”며 설치 배경을 밝혔다. 얼굴인식기 운용 대상은 구청 직접고용 공무직인 가로 청소노동자들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출근시 담당구역과 가까운 곳에 설치된 인식기에 얼굴을 인식하고 업무를 마치고 나서는 구청 인근 안전교육장에서 인식 후 퇴근한다. 구청은 20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얼굴인식기를 시범실시해 보완사항을 점검하고 다음달 1일부터 정상운용한다는 방침이다.

얼굴인식기 설치 전 청소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담당 청소구역으로 출근해 일하고 안전교육장에서 인원 점검 후 퇴근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지난 20일부터는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와 얼굴인식기가 있는 곳까지 가서 인식 후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64명의 청소노동자 중 개인정보제공 및 활용동의서에 서명한 38명은 얼굴인식기에 인식하고, 동의하지 않은 26명은 출퇴근시 구청 청소과에 비치된 출퇴근부에 서명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얼굴인식기 설치에 대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광주전남자치단체공무직노조(위원장 이한석)가 이달 8일 “인권침해 방지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구청에 전달했지만 설치는 강행됐다.

이한석 노조 위원장은 “단체협약에 따르면 근무형태 변경시 노조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현장 노동자들과 충분한 협의와 의견 공유 후 도입을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구청은 자신들의 권한이라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올해 9월 구청의 인권모독과 갑질행위를 규탄하며 한 달간 집회를 했다”며 “구청장 공개사과와 해당 공무원 전출로 사건이 일단락됐는데, 혹여 얼굴인식기 도입이 해당 사건에 대한 보복행위인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지문인식은 초과근무 확인 때만”

청소노동자를 차별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은 커지고 있다. 광산구청은 노동자들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노동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선미 광산구의원은 “구청 공무원도 지문인식기를 사용하지만 출퇴근용이 아닌 초과근무 확인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청소노동자만 출퇴근시 신체 인식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당사자 간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구청이 일방적으로 얼굴인식기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라며 “더군다나 개인정보활용 동의 과정에서 노동자가 보복성 불이익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고용관계에서 갑이 개인정보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하면 을인 노동자는 거절하기 어렵다”며 “고용관계에서의 동의는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구청은 근태관리를 위한 방안이라고 하지만 가로 청소노동자에게만 얼굴인식기를 운용하는 것은 차별적 요소가 있다”며 “인권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상황에서 노조와 논의 없이 얼굴인식기를 설치·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산구청은 가로 청소노동자의 특수한 근무형태로 인해 디지털 방식의 근태관리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다른 직군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어 관리하기 수월하지만 가로 청소는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각 지역에서 근무해 근태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담당 구역으로 출근하기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는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근태관리를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사람은 구청으로 와 직접 출퇴근 기록을 하도록 했다”며 “(9월 갑질행정 논란) 사건과는 상관없고, 공무원들도 지문인식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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