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여금을 월급여에 포함시키려고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려나 봐요.” 지난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월통상임금산정기준 시간수에 관한 임금청구사건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지회장은 말했다. 프랑스 자본의 자동차 배기시스템 부품 생산 및 판매 사업장 포레시아에서는 2009년 5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만 정리해고됐다. 대법원까지 5년 가까이 법적 다툼을 벌여 무효라는 판결을 받고서 2014년 4월에 그는 조합원들과 함께 복직했다. 사용자는 기업노조와는 해마다 임금 등 단체협약을 갱신해오고 있는데, 그가 지회장으로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임금 등 단체협약은 2008년 이후 체결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요즘 상황이 어떤가 하고 내가 물었던 것인데 그는 이렇게 회사에서 사측이 벌이는 일을 말했다. 사측은 재직자 조건의 상여금이라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운영해 왔으니, 사용자가 상여금을 기본급 등 월급여에 포함시키는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면 최저임금 때문일 게 분명했다.
2.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고, 생산장려수당은 포함됩니다.” 7년 넘게 이 사업장에서 발생한 정리해고·노조활동·임금 등의 사건에 관해 상담과 소송을 해와 임금제도를 잘 알고 있는 터라 곧바로 나는 이렇게 대답해 줄 수 있었다. 기본급과 제수당·상여금으로 임금이 구성돼 있는데, 상여금은 짝수월과 명절, 하기휴가시에 지급하고, 기본급과 제수당은 매월 급여 지급일에 지급하고 있다.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해당 사유에 따라 산정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법 제6조 제4항 제1호에서 정한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으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시행규칙에서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아니하는 임금의 범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최저임금법시행규칙 제2조 본문 관련 별표 1 참조). 이에 따라 상여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던 거였다. 이 회사에서 제수당은 근속수당·가족수당·생산장려수당 등이 있는데 근속년수에 따라 인상해 지급하는 근속수당과 조합원 전원에게 지급하는 생산장려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이 중 생산장려수당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다(최저임금법시행규칙 제2조 단서 관련 별표 2 참조).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생산장려수당은 포함된다고 나는 대답해 줬던 거였다. 한편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기간의 계속근무에 대하여 지급하는 근속수당”은 위 최저임금법시행규칙 별표 1에서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아니하는 임금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법과 동시행규칙은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임금, 소정근로(시간·일)에 대하여 지급하는 임금이 아닌 임금(연차휴가 근로수당·연장 야간 휴일 근로수당·일직숙직수당 등), 복리후생비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아니하는 임금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이 최저임금에 관한 법령의 내용만 알고 있으면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이 최저임금법 위반인지 여부를 파악할 수가 있다.
3. 2018년 7천530원이다. 시간급으로 정한 최저임금액인데,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3천770원이다. 2017년 대비 16.4%가 인상되는 것이다. 그래서 난리가 났다고 야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대선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었다.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인데, 벌써부터 그 최저임금을 삭감하자고 야단이다. 경총·상의 등 사용자단체를 중심으로 사용자들은 중소영세·자영업체를 내세워 이렇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폐업해야 한다고 하더니, 고용관련 학회 등 토론회에서는 교수들이 당장 2018년에 일자리 27만개 이상이 사라질 거라고 발표했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몇 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거라고 예상된다는 보도까지 쏟아지고 있다. 20일에는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 “현실을 무시하는 일방적 정책 추진”이라며 “노사 모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거기다 얼마 전부터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사용자단체를 중심으로 주장하고 나왔다.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사용자들은 “최저임금으로 인정받는 임금항목이 제한돼 고임금 근로자까지 영향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최저임금이라는 제도 취지에 맞게 상여금, 복리후생수당 등이 포함되도록 산입 범위를 합리화해달라”고 제안했고, 국회에 이를 건의했다고 보도됐다. 이에 앞서 10월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정기상여금과 현금으로 주어지는 고정적인 교통비·중식비는 들어가야 한다는 개인적인 소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더니 20일에는 지난 주말(18~19일)에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전문가들이 ‘끝장 토론’을 벌였다는데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다음달 6일 공개토론회를 갖고서 연내에 최종안을 정부에 제출할 거라고 보도됐다. 이대로면 어찌될 것인가. 최저임금에 관해 위와 같은 말을 듣자니 조만간 최저임금 인상이 하나마나한 일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이대로면 최저임금 1만원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 된다. 미국, 일본 등 포함시키지 않는 나라가 아니라 포함시키는 나라들의 사례를 들어 최저임금법령의 개정을 추진하는 일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이건 인상했다가 삭감하는 것이다. 국가가 법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서 그 법으로 삭감하는 짓이다.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하나마나한 최저임금 인상이 되고 만다. 있으나마나한 최저임금제도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근로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서 대한민국 헌법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행하도록 한 최저임금제도(제32조 제1항)는 이렇게 주었다가 빼앗는 제도로 노동자를 농락하게 된다.
4.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돼요.” 지회장은 회사가 지급해온 급여 수준이 기본급과 생산장려수당 등을 합해봐야 내년 최저임금액 보다 낮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말에 대구고등법원에서 통상임금 소송 중인 한 외국 자본의 사업장이 떠올랐다. 10년 근속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액을 겨우 넘는 수준의 급여를 지급받고 있었다. 이런 사업장이 아니라도 최저임금 인상은 분명히 많은 사업장에서 최저임금법 위반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공장 사업장에서도 최저임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10여년 통상임금 사건을 수행하면서 보니 현대차, 기아차 등 대기업 사업장에서 생산직 등의 현장 노동자들은 시급제, 일급제인데 20년 넘게 근속해도 회사 통상시급이 기껏해야 1만원 정도였다. 최고 급여가 신입 초임 대비 2~3배 수준이라는 이 나라의 호봉제로 운영되는 연공급제 임금제도 아래서는 낮은 호봉 노동자들은 당연히 최저임금 위반이 문제될 것이다. 이 지경이니 그보다 임금 수준이 낮은 사업장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에 위반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또 걱정이었다. 다수노조인 기업노조를 상대로 사측이 상여금을 월급여에 포함하는 것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어쩌냐고 말이다. 비단 지회장만의 걱정이 아니다. 벌써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나는 듣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을 묻는 상담을 수차례 받았다. 사용자들은 입법을 통한 최저임금 삭감 말고, 이와 별개로 사업장에서 인상된 최저임금의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근로자들의 과반수 동의를 통해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은 교섭대표 노조위원장과 합의를 통해서 상여금 등을 매월 지급하는 기본급 등 월급여에 산입해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임금제도를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노동자 임금권리는 무용한 것으로 만들고야 말겠다고 사용자 자본은 사업장마다 임금제도 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것인데, 이제 노동자는 어째야 하겠는가. “아무 짓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나는 말했다. 수도 없이 내가 해왔던 말이었다.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대응으로 했던 말이었다. 신입 사원의 초임 삭감,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일반해고, 성과연봉제 등의 도입을 추진하는 사용자 자본에 대한 노동자, 노조의 대응으로 나는 언제나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들이 동의해주지 않고, 노조가 합의해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나는 쉽게 말했다. 2018년 인상되는 최저임금을 삭감하려는, 위와 같은 사용자의 시도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였다.
5. 최저임금을 두고서 노동자들이 이렇게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최저임금제도를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자들에게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제33조).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에 의해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 보다 우월한 권리를 노동자 스스로 단결해서 교섭과 투쟁으로 쟁취하라고 헌법은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 노동자들이 오늘 최저임금을 두고서 이토록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법이 정한 최저임금 보다 우월한 노동자 임금권리를 쟁취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자백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라면, 단체협약에서 정한 임금은 2만원은 돼야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이 나라 헌법은 제 일을 한 거라고 만족할 것인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그를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노동운동은 아직 이 나라에서 법보다 크게 나은 임금 권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최저임금을 삭감하려는 사용자들의 일을 살펴보게 된다. 법령의 개정이든, 사업장에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변경이든 최저임금 삭감에 제발 ‘쉽게’ 대응할 수 있기를 나는 자꾸 바란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최저임금’ 삭감하기
- 기자명 김기덕
- 입력 2017.11.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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