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유선방송(SO)을 비롯한 케이블방송업계에 횡행하는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허가 심사기준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여부를 재허가 심사 때 반영할 계획이다. 매년 회사가 해당 내용을 이행했는지도 점검한다. 노동계는 케이블방송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과기부 '협력업체 고용안정성 조치계획' 마련=20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유료방송사(S0·위성·IPTV) 협력업체 고용안정성 관련 조치계획'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2018~2019년 사이 사업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유선방송사 사업 재허가 심사부터 ‘협력업체 상생방안’을 신설·적용한다. 첫 대상자는 내년 1월부터 유효기간(3년)이 만료되는 ㈜씨제이헬로비전 영서방송이다. 조만간 변경 기준이 적용된 심사가 진행된다.

해당 문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작성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케이블방송·통신업계 간접고용 문제는 그동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윤종오 민중당 의원 등은 올해 7월 유영민 과기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유선방송·통신사업 승인시 고용을 심사항목에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문건에는 국회의 요구가 반영됐다. 정부는 문건에서 "유료방송사의 공적책임을 제고하고 이해관계자(지상파·PP·홈쇼핑·협력업체 등)와 상생할 수 있도록 재허가 조건을 부과한 것"이라며 "'조직 및 인력운영' 심사항목에 '협력업체 상생방안' 관련 항목을 추가하고 배점을 상향한다"고 밝혔다. 기존 ‘조직 및 인력운영’점수는 70점이다. 정부는 2018~2019년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업체에 적용하는 변경 심사기준에 협력업체 상생방안을 신설해 10점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조직 및 인력운영 배점은 80점으로 높아졌다.

과기부 관계자는 “유영민 장관 인사청문회 전에도 국회 요구에 따라 유료방송사 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용안정 방안이 부처의 주요 관심사였다”며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1호 업무지시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맞춰 관련 항목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유료방송사 재허가 심사는 1천점이 만점인 터라 비율로 보면 협력업체 관련 배점은 높지 않지만 비정규직 고용 문제가 심사 항목에 처음 적시된 의미는 작지 않다. 윤종오 의원실 관계자는 “배점이 낮아 아쉽지만 처음으로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유료방송사의 재심사 기준으로 명시된 만큼 비정규직 고용을 위협하는 잦은 계약해지 같은 원청의 불공정 계약 관행을 제어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의 면밀한 현장점검으로 정책 개선 효과가 커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신설된 항목을 근거로 매년 실시하는 유료방송사 사업계획 이행 점검 때 협력업체 상생방안과 고용안정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노동계 "원청 직고용 유인" 기대=정부의 재심사 기준 변경이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데도 일정한 유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문건에서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 항목에 “일자리 창출 포함”이라는 문구를 명기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협력업체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표현은 아니지만 그런 활동을 포함해 원청이 일자리를 늘리면 이를 중점적으로 평가해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정부가 유료방송 사업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데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 여부를 확인한다는 뜻”이라며 “이 같은 규제가 방송통신업계 공공성과 가입자·노동자 권리를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재허가 심사에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고, 향후 배점 상향과 적극적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방송법에 의거해 마련하는 심사기준이라 대상 사업자가 아닌 협력업체 관련 항목에 높은 점수를 배정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다만 티브로드 등의 재심사 기간이 도래하면 배점을 상향해 문제 사업장들이 새 정부 정책기조에 따라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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