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한국도로공사 서산톨게이트 수납업무을 수탁해 운영하는 용역회사가 노동자들에게 “특정 노조에 모두 가입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회사는 지정한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의 조합비까지 대납했다. 노동자들은 “민주연합노조에 교섭권을 주지 않기 위해 회사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며 “도로공사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해당 업체를 즉각 계약해지하라”고 요구했다.

◇"용역업체, 조합비 대납 의심"=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와 민주연합노조는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산톨게이트에서 일어나는 부당노동행위를 폭로했다. 이들에 따르면 서산톨게이트에는 민주연합노조 서산톨게이트지회뿐만 아니라 ㅎ노조·ㅇ노조가 조직돼 있다. 조합원은 각각 9·4·8명으로 민주연합노조가 가장 많다.

그런데 노조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공사 용역업체 관리자는 노동자들과 개별 면담을 갖고 특정 노조에 가입하라고 요구했다. 녹취는 ㅎ노조가 용역업체에 교섭을 요구한 뒤 한 달가량 지난 4월께 이뤄졌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업체가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녹취록에 따르면 ㅇ노조 이아무개씨는 민주연합노조 조합원 정아무개씨와의 대화에서 ㅎ노조 가입을 언급하며 “우리가 암만 싫다고 해도 이사님 생각에는 (ㅎ노조에 가입시키겠다고) 박혀 있기 때문에 싫다고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저는 마지막에 부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면담 작업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실제 8명의 ㅇ노조 조합원이 ㅎ노조로 이중가입했다"고 설명했다. ㅇ노조가 해산한 뒤인 올해 8월 업체는 13명으로 조합원수가 늘어난 ㅎ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공고했다.

ㅎ노조 조합비를 대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조가 공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에 따르면 ㅇ노조 소속이던 서아무개씨는 “(노조비 입금 통장에) 이OO(용역회사 이사 이름)로 들어왔대”라는 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9일 과반수노조 이의신청 사건에서 노조쪽 손을 들어줬다. 고용노동부도 해당 내용과 관련해 올해 9월부터 업체를 압수수색해서 조사하고 있다.

◇유령직원 등재로 인건비 횡령?= 이날 노조는 "해당 용역업체가 유령직원에게 매월 100만원 이상 지급했다"고 밝혔다. 용역업체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식당 청소용역비 명목으로 매월 100만원 이상을 A씨에게 지급했다는 것이다. 박순향 서산톨게이트지회장은 “올해 8월 노동부가 최저임금 위반 사실을 확인한다며 근무자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는데 모르는 직원 이름이 있었다”며 “사업장 직원이 22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유령직원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는 노조와 통화에서 “(서산톨게이트에서 근무를) 안 했다”며 “거기하고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박순향 지회장은 “지난해 식당 청소직원이 없어서 회사는 수납업무 직원들에게 청소를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며 “너무 힘들어서 당시 농성을 했는데, 도로공사는 용역업체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문제제기 했을 때 도로공사가 제대로 조사했다면 이런 일이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로공사를 업체 관리자와 함께 고발했다”고 밝혔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부당노동행위와 인건비 횡령은 업체 계약해지 사유로 충분하다”며 “공사가 해당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데 용역업체 사장이 공사 퇴직자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사는 불법·비리 업체와 맺은 계약을 해지하라”고 촉구했다.

용역업체 관리자는 “당시 수납업무 직원들이 식당운영을 돌아가면서 했는데, 해당 인건비를 직원에게 분배하거나 식자재비로 운영했다. 편법으로 공사에서 징계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당노동행위 관련해서는 충남지노위에서 판정문을 송달받지 않은 상태라 부당노동행위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도로공사에서 조사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노동부나 검찰을 비롯한 관계기관에서 판단이 완료돼 위법이 확인되면 계약 조건에 따라 처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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